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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갈등, 봉합만이 능사 아니다

입력
2024.01.2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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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충남 서천특화시장 대형화재 현장 점검을 함께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을 둘러싼 이견으로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한 뒤 어깨를 한 번 치면서 친근감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열차로 귀경한 후 갈등 봉합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당장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갈등을 조기 봉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생각한다면 사태악화란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장면만으로 국민들이 이번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갈등의 근본 원인인 '김건희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지에 대한 양측의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사과할 경우 야당 공격으로 총선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거론하며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를 두고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집권여당 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한 당무 개입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이런 어설픈 봉합이 외려 김 여사 사과 요구를 작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두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밝힌 한 위원장까지 사퇴시키려 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언급할 여권 인사는 없을 것이다.

전날 화재로 227개 점포가 전소한 현장을 두 사람의 화해 장소로 택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재난 현장에 달려가 민심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모적 갈등을 자초한 두 사람의 조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민생 챙기기' 명분은 퇴색되고 말았다. '20년 지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 신뢰를 재확인하는 장면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영부인 리스크 해소와 건전한 당정관계 정립을 위한 방안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는다면 이번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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