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더 다채로운 게임, 예술의 세계로

입력
2024.01.24 00:00
26면
0 0
발더스 게이트 3 홍보 페이지. 라리안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발더스 게이트 3 홍보 페이지. 라리안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벨기에의 게임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가 2023년 출시한 RPG 게임 <발더스 게이트 3>이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고전 명작으로 게이머 사이에서 회자되던 전작의 IP를 가져온 라리안 스튜디오는 수십 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어떤 사람들은 ‘라리안 스튜디오가 옛 걸작의 기억에 흠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라리안 스튜디오는 그런 걱정을 단숨에 불식시켰다.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비평가들에게도, 유저들에게도 격찬을 받으며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나도 작년 겨울 이 게임 덕분에 현실과 격리되어 수백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포가튼 렐름’(Forgotten Realms)이라는 환상의 세계를 여러 매력적 인물들과 함께 탐험하며, 내 행동과 결정에 따라 바뀌는 이야기를 즐기는 경험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으로 빠져든 느낌이었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오직 상호작용의 예술인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이 시대의 게이머들이 목격해야 하는 현상이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 게임이 여러모로 정치적인 내용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다양성과 정치적 공정함이라는 현대의 주요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게임의 입장은 명백해 보인다. 게임 내에서는 성별과 관계없이 플레이어와 다른 캐릭터의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플레이어 캐릭터의 신체 모습은 남녀 구분 대신에 유형 1, 유형 2 등 가치 중립적으로 묘사된다. 이 환상 세상 속에서는 수많은 종족이 뒤섞여 살아가고, 여기서 여러 문화의 융합을 연상할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게이머 커뮤니티는 현대에 가열차게 벌어지고 있는 문화 전쟁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는 전선 중 하나였다. 특히 다양성에 대한 묘사는 수많은 논란을 몰고 왔다. 어떤 사람들은 “개발자들이 정치적 공정함이라는 도그마를 게임에 구현하기 위해 게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재미를 포기하고 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내 생각에, 서사를 품고 세계를 묘사하는 이상, 한 게임이 정치성을 띠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게임 내에 묘사되는 인물들이 다양한 인종과 섹슈얼리티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정치적이다. 또 다른 게임의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모든 인물이 한 인종이고 한 섹슈얼리티라면 그것도 딱 앞의 게임만큼 정치적이다. “나는 게임에서 동성애자를 보고 싶지 않아!”는 결코 비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예술에서 다양성과 정치적 공정함이란 팔레트에 더 많은 색이 추가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릴 때, 적은 종류의 물감만 있다면 한 색 한 색을 다루는 데는 더 빨리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색은 그만큼 더 다루기 어려울 것이고. 하지만 더 많은 색깔이 있을 때, 우리는 더 다채로운 그림을 볼 수 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비디오 게임에서 묘사되는 세상이 더 많은 색을 품고 있을 때 더 위대해지리라고 믿는다.

우리 앞에는 이미 내가 소개한 것과 같은 위대한 게임의 예시가 있다. 그 게임은 심지어 얼마 전에는 정식으로 한국어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로 했는데!) 7만 원 내외 금액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이만한 것은 없다고 확신한다. 꼭 한번 즐겨 보시라.


심너울 SF 작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