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2월 선박 3척 이동 포착
무기 수송 의혹… "유엔 조사 촉발"
유엔, 다음달 '북러 보고서' 발간 예정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위성 사진이 공개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영국 국방부가 유엔 전문가 패널에 제출한 미공개 국방정보 보고서에 이 같은 위성 사진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엔 지난해 9~12월 러시아 선박 3척이 북한 나진항에서 화물을 선적한 후 러시아 극동 지역 항구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위성 사진이 실렸다. 영국 국방부는 화물이 무엇인지 식별하지 못했지만, 가디언은 여러 정황상 북한제 무기가 실려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위반이다.
대표적으로 위성에서 포착된 선박 마이아호, 안가라호, 마리야호는 러시아 국방부와 관련된 혐의로 2022년 미국 정부 제재를 받은 적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불법 점령할 당시 역할을 했던 국방부 산하 해운회사 오보론로지스티카와 연관돼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화물 선적 역시 러시아 국방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선적 시작 시기가 지난해 9월인 것도 무기 운송 의혹을 부추긴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아무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는데, 이 때 양측이 무기 거래 협상을 체결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등도 이 선박들이 러시아로 화물을 옮기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공개하며 무기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북한제 무기가 발견되고 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검찰이 북한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파편들을 수도 키이우로 보내 분석을 맡겼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은 상당량의 포병 탄약을 (러시아에) 전달했다"며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러시아가 처한) 상황은 끔찍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 역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제 무기가 사용됐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영국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증거를 받았으며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후 첫 보고서를 다음 달에 발간할 전망이다. 익명의 유엔 외교관은 가디언에 “유엔 제재위원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와 다른 증거들을 토대로 북한과 러시아의 국제 제재 위반에 대한 전면 조사가 촉발될 것”이라고 짚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