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결함처럼 속여 교환, 짝퉁 부품, 배터리 성능 조작도…중고폰 1만 대 팔아

35억 원 챙긴 일당 28명 중 3명 구속

경찰이 압수한 짝퉁 뒷판과 액정 교환 작업 중인 스마트폰. 부산경찰청 제공

중국산 짝퉁 부품을 사용하거나 배터리 성능을 조작한 중고 스마트폰 1만 대를 유통시켜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중고폰 내부 회로에 전기적 충격을 가한 뒤 자체 결함인 것처럼 속여 무상 교환받은 뒤 이들 폰을 되팔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짝퉁 중고폰을 유통시킨 28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총책 A씨 등 3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4명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부산에 중고 스마트폰 매장 5곳을 차려놓고 범죄를 기획,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스마트폰 1만 대가량을 팔아 약 35억 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서비스센터나 사설 수리업체 근무 경력이 있는 수리 기술자 13명과 중국 현지 짝퉁 부품 밀수책 2명을 고용해 짝퉁 유명 스마트폰을 제조했다. 중고 스마트폰을 매입한 뒤 액정과 뒷면 케이스 등을 밀수한 짝퉁 부품으로 바꿔 새것처럼 꾸민 뒤 비싸게 되파는 수법을 썼다. 배터리 성능 조작 장비를 이용해 배터리 성능을 90% 이상 높게 표시되도록 만들기도 했다.

경찰은 “70만 원짜리 중고폰을 짝퉁 제품으로 수리해 정식 수리된 것처럼 110만 원에 판매하는 등 대당 40만 원가량의 수익을 챙겼다”면서 “배터리 성능 표시를 조작해 대당 13만∼19만 원의 차액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상 기간이 남아 있는 중고폰을 내부 회로에 전기적 충격을 가한 뒤 기기 자체 결함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액정을 담당하는 회로에 쇼트기로 미세한 스파크를 가해 구멍을 내면 폰 내부 액정에 점이 생겨 내부 결함처럼 보인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부산, 수원, 울산 등지의 서비스센터를 돌며 4,100차례 이상 액정과 배터리, 폰 테두리를 세트로 무상 교환을 받은 뒤 리퍼 제품으로 팔아 9억2,000만 원 상당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현직 서비스센터 기사들에게 뒷돈을 지불하고 무상 교환되지 않는 기기를 무상 교환받았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