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 열쇠는 미래 전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양자 컴퓨터' 기술이다. 현존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 걸려도 풀기 힘든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풀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국방 기술에 접목하면 음속의 10배 안팎 속도로 변칙 기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23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국방 양자 컴퓨팅&센싱 기술' 특화연구센터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2029년까지 244억 원을 지원받아 차세대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한 양자 원천기술을 연구하게 된다. 육군사관학교,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등 9개 대학이 연구에 참여한다.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양자 기술을 이용한 센서는 레이더 등 전통적인 탐지·측정 기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한 계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적의 공격을 탐지해 요격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북한이 지난 14일 시험 발사에 나선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고 고도가 100㎞에 못 미쳐 낮게 날아가고 △추진체와 분리된 이후에도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를 유지하며 △탄두부가 활강하면서 변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센싱 기술을 이용하면 이 같은 극초음속 무기를 더 빨리 탐지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과 극초음속 무기를 격추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요격 체계 등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자 기술은 아울러 국내 고유의 국방 암호통신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원천 기술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미 국방성 관계자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전보다 훨씬 빨리 통신을 암호화하거나 해독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양자 기술은 수출 통제 대상으로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해야만 한다.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은 "양자 기술은 향후 무기체계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올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국방 양자 기술 연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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