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21, 모녀 듀오 작가
'팀비비(TeamBeeBee)' 개인전

모녀 듀오 작가 '팀비비'의 박은미(왼쪽), 여인경씨가 1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 21'에서 본인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어서 오세요. 팀비비(TeamBeeBee) 월드에!"
서울 서초구의 갤러리 '스페이스21'에 들어가자 마녀 복장을 한 여성 두 명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모녀 듀오로 활동하는 '팀비비'의 박은미(66), 여인경(34) 작가. 2018년 듀오를 결성한 모녀는 지난 10일 개막한 전시 '메이 인 팀비비 월드(May in TeamBeeBee World)'의 주인공이다.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팀비비' 작품세계
호기심 가득한 주인공 '메이'가 정원의 그림자 문을 열고 우연히 들어간 초현실적 세계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결핍된 사랑을 찾는다는 게 전시의 줄거리. 전시 첫머리를 장식하는 건 목재 설치작품 '팀 비비 월드 지도'이고, 전시 책자엔 그 세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과 특징이 소개돼 있다.
모녀가 창조한 세계의 캐릭터가 회화, 설치 등 작품 34점에서 팔딱팔딱 살아 숨 쉰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주근깨 소녀 '샤를로트', 먹잇감인 물고기 '밤'을 낚았지만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진 고양이 '티즐',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소문으로 끊임없이 쫓기는 신세인 '애플족 도돔바' 등. 아기자기하고 몽화적인 동화 같다.
"'오리스' 캐릭터는 모자 제작자이자 수집광이에요. 다른 캐릭터들도 오리스를 찾아가 모자를 구하죠. 저희도 그 세계에서 튀어나온 듯한 연출을 하고자 마녀 복장을 해봤답니다."(여 작가)

갤러리 '스페이스21'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인경 작가(오른쪽)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엄마가 그린 배경에, 딸의 인물을 올렸더니...
엄마인 박 작가는 대학에서 공예를, 대학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했다.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하나은행,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기업과 협업하는 동안 마음 한쪽엔 회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2011년부터 그림책 7권을 내며 동화작가로 활동하다 꿈을 펼치기 위해 딸과 팀을 꾸렸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여 작가는 2014년 졸업 후 회화 중심의 개인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어느 날 그림의 배경만 그려놓고 딸에게 인물을 그려 올려보자고 했죠. 제가 혼자 한 작업보다 훨씬 매력적인 결과가 나왔어요."(박 작가)
듀오 활동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던 모녀는 한 갤러리의 신진작가 발굴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됐다. 가능성을 엿본 여 작가가 본격적으로 듀오로 활동하자고 박 작가에 제안하면서 모녀는 '원팀'이 됐다. 여 작가는 "한국에서는 듀오 작가가 낯설지만, 각자 작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너지가 나는 것을 체감했고 (작업의) 영속성이 깨지지 않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팀비비라는 활동명은 '꿀벌 두 마리'라는 뜻으로, 식물의 생식에 도움을 주며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꿀벌처럼 미술계의 성실한 일꾼이 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21'에서 진행 중인 전시 '메이 인 팀비비 월드(May in Team BeeBee World)'의 전경. 스페이스21 제공
"'누가 그린 부분' 같은 건 없죠. 모두 섞였기에"

고양이 티즐은 먹잇감인 물고기를 발견하고 달려들었으나 물고기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내사랑, 밤', 2022, 캔버스에 오일, 90x100cm. 스페이스21 제공
함께 작업한 지 6년. 모녀는 화폭에서 누가 어느 부분을 그렸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각자의 붓질이 '완벽한 블렌딩(조화)'을 이룬다고 했다. 이들은 구상과 스케치 단계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공동의 초안을 만든 후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처음 듀오 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이 부분은 딸이, 저 부분은 엄마가 그렸겠지' 추측하며 육안으로 구획을 나눌 수 있었지만, 이제는 '팀비비'의 화풍만이 남았어요. 제가 눈을 채색하다가도 엄마가 수정하는 등 경계를 넘나들며 혹은 경계 없이 작업해요."(여 작가)
여기서 궁금증 하나. 가뜩이나 미묘한 게 모녀 관계인데, 공동작업을 하며 감정을 다치는 일은 없을까. "생활 영역에선 갈등이 있지만, 창작 영역에선 뜻이 맞을 때가 대부분"이란 답이 돌아왔다. 이번 전시에서 팀 비비 월드의 도입부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전시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들로 작품 세계를 확장할 예정이다. 전시는 내달 17일까지, 무료.

'팀비비월드-카르페디엠', 2023, 캔버스에 오일, 160x280cm. 스페이스2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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