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
어린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조국 수호를 위해 6·25전쟁에 참전했던 고(故) 김명손 경사가 7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7년 5월 전남 영광군 삼학리 일대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당시 전남 보성경찰서 소속 김 경사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김 경사를 포함, 군 당국이 2000년 4월 유해 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신원을 확인한 6·25 전사자는 총 226명이다. 이 중 경찰관은 모두 26명이다.
국유단에 따르면, 1923년 2월 1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경사는 순경으로 근무하던 중 아내와 어린 자녀를 남겨두고 6·25전쟁에 참전했다. 고인이 소속된 경찰 1개 소대는 북한군의 호남지역 진출을 막기 위해 국군과 전남경찰국이 전개한 '호남지역 전투'에서 삼학리 일대를 지키고 있었다. 고창에서 영광 방향으로 진출하던 북한군 6사단 1개 대대와 맞서 싸웠고, 고인은 1950년 7월 28일 2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의 딸 김송자씨는 아버지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꿈만 같아 며칠 동안 울기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리워서 ‘연락선은 떠난다’라는 노래를 늘 불렀는데, 이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면 자주 뵈러 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김씨는 고인이 전장으로 향하던 때도 생생히 기억했다. 김씨는 전쟁이 발발하자 경찰관 한 명이 집에 찾아와 ‘빨리 출동해야 한다’고 알렸고, 고인이 김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라고 말한 뒤 급하게 뛰쳐나갔다고 전했다. 김씨는 2014년 11월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고, 국유단은 유전자 정밀 대조 분석을 통해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인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전날 광주 서구에 있는 김씨의 집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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