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협력엔 "국제규범 위반자 평판만"
"바보야, 문제는 경제…군비증강 지속 불가능"
美 "적대적 의도 없어"…외교적 메시지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가 러시아와 군사밀착을 과시하고, 대남 강경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북한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에 나섰다.
이들은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공세적 발언과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외교를 통한 비핵화의 길로 조속히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대남정책 기조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고 '전쟁 시 대한민국의 완전 점령'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예고했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을 "북한판 쇄국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스스로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빌 클린턴 선거 캠프의 유명한 구호였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를 인용하며 "강력한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군비 증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수만 기의 핵무기도 소련의 붕괴를 막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대표들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방러 결과에 대한 평가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북한의 군비 증강은 "파탄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러시아와의 불법적 군사협력이 결국 "북한이 국제 규칙과 규범의 노골적 위반자라는 평판만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세계는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불안정 유발행위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마즈 국장 역시 "북한의 무기 이전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무기 수출을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박 대북고위관리는 한일 대표에 비해 비교적 정제된 메시지를 냈다. 그는 모두발언 말미에 "미국은 북한에 어떠한 적대적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어떠한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 상호 우려되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을 "실망스럽다"면서도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인 미 국무부 입장과 일치한다.
박 대북고위관리는 이날 성 김 전 대북특별대표의 후임으로 한일과의 대면협의에 처음 참석했다. 기존 대북특별대표로서가 아닌 '대북고위관리(senior official for the DPRK)'로서다.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차관보급 직함이라면, 고위 관리는 이보다 낮은 부차관보급 직함이다. 이와 관련해 전직 고위 외교관은 "올 대선 전까지 업무 연속성이 있는 인사에게 정책 관리를 시키겠다는 의도가 더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북핵문제에 다시 적극 관여하게 되면 수석대표의 급 등을 다시 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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