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보스 탈옥 이후 방화·총격 잇따라
생방송 괴한 난입 사건 맡은 검사도 총격
갱단과의 전쟁으로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에콰도르의 치안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TV 생방송 도중 난입한 무장 괴한들을 수사하던 현직 검사가 도심 한복판에서 총에 맞아 피살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미국 CNN방송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최대 항구 도시 과야킬에서 차를 타고 로스 세이보스 중심가를 지나던 세사르 수아레스 검사가 정체불명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차에서는 20발 이상의 총탄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아레스 검사는 초국경 조직범죄를 전담하던 인물로, 지난 9일 발생한 TC텔레비시온 방송국 난입 사건 수사도 주도해 왔다. 당시 생방송 중 들이닥친 무장 괴한들은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을 향해 ‘자신들을 방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다 진압됐다. 경찰은 총 13명을 체포하고 총기 등을 압수했다. 이 사건을 맡은 수아레스 검사는 괴한들의 배후에 어느 조직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었다.
에콰도르 검찰은 검사 살인 사건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수아레스 검사가 맡고 있었던 일련의 갱단 사건과 이번 총격이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나 살라자르 에콰도르 검찰총장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범죄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은 에콰도르 사회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에콰도르에서 잇따르는 일련의 소요 사태는 지난 7일 악명 높은 마약 갱단 로스 초네로스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의 탈옥에서 촉발됐다. 마시아스는 마약 밀매와 살인 등 혐의로 34년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던 인물로, 유력 대선 후보 암살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튿날 노보아 대통령은 60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과 군 3,000명 이상을 배치했는데, 이에 범죄 조직들이 반발하며 온갖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지난 9일에는 TV 생방송 현장 난입, 대법원장 자택 앞 폭발 사건 등이 발생했고 도심 곳곳에선 방화와 총격은 물론 경찰관 납치까지 벌어졌다.
한때 온화한 기후, 저렴한 생활비 등으로 미국과 유럽인들의 은퇴 휴양지로도 유명했던 에콰도르는 지난 수년간 다국적 카르텔의 글로벌 마약 운송 거점으로 변했다. 현재 인구 1,700만 명인 에콰도르에는 20개 이상의 마약 카르텔 등 범죄 조직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원 수만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