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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22병 먹이고 "수영해라"… 단순 익사인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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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22병 먹이고 "수영해라"… 단순 익사인 줄 알았더니

입력
2024.01.18 08:37
수정
2024.01.18 10:17
0 0

창원해경, 가스라이팅 가해자 송치
기초수급자 피해자들에 공갈·폭행
수년간 재산 뺏고 일상 보고 지시
"사회적 약자들 벼랑 끝으로 몰아"

피해자가 한 식당에서 피의자 옆에 무릎을 꿇고 있다. 창원해양경찰서 제공

피해자가 한 식당에서 피의자 옆에 무릎을 꿇고 있다. 창원해양경찰서 제공

단순 익사로 종결될 뻔한 사건이 치밀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범죄였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창원해양경찰서는 경남 거제시 옥포항 수변공원 앞 해상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과 관련해 40대 남성 A씨를 과실치사, 중감금치상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11일 50대 남성 B씨가 바다에 빠져 숨지며 발생했다. 단순 익사로 종결될 뻔했지만 경찰은 A씨를 비롯한 숨진 남성 일행의 행적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포착했다.

창원해경에 따르면 사망한 B씨는 매달 국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A씨는 2018년 알게 된 B씨에게 자신이 과거에 조직폭력배로 활동했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조직원을 동원해 보복하겠다고 협박하며 폭행을 가했다. A씨는 B씨와 마찬가지로 기초생활수급자였던 50대 남성 C씨에게도 같은 수법을 사용해 통제했다.

A씨는 B씨가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해 10월 10일 옥포동 소재의 한 식당 등에서 B씨와 C씨를 만났다. A씨는 둘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고는 잠을 재우지 않았다. 사망 당일까지 이들이 마신 술은 소주 22병에 달했다.

다음 날 A씨는 옥포수변공원에서 피해자들에게 "둘이 수영해라"라고 지시했다. B씨는 바로 옷을 벗고 난간을 넘어갔지만 C씨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뭇거렸다. A씨의 입수 재촉에 바다에 먼저 들어간 B씨는 파도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경찰 수사에서 피해자들을 수년간 괴롭힌 A씨의 가혹행위들이 밝혀졌다. A씨는 피해자들을 모텔에 가두고 억지로 술을 먹이거나 서로 실신할 때까지 싸움을 붙이는 행동을 일삼았다. B씨는 식사도 제대로 못해 체중이 18㎏가량 빠졌고, C씨 역시 1년 내내 옷 한 벌로 버티다 건강이 악화됐다.

A씨는 피해자들의 재산도 빼앗았다. A씨는 2021년부터 꾸준히 C씨의 현금을 갈취했다. 지난해 4월엔 피해자들의 기초생활수급비 1,300만 원을 받아챙겼다. 건강이 안 좋아 일하기 힘든 피해자들에게 일용직 노동을 강요, 수입 230만 원을 자신의 모친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또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들의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고 일상을 보고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피해자들에게 약 17㎞ 거리를 걷게 하면서 도로명 표지판을 찍어 전송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창원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의지할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벼랑 끝에 몰아넣은 중대한 인권침해 범죄"라며 "피해자 보복 범죄 방지와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26일 A씨를 구속 송치, 검찰은 지난 12일 A씨를 과실치사, 강요, 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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