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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도 방치한 방폐물 특별법

입력
2024.01.1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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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원전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한울원자력본부 앞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제공

경북 울진군 원전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한울원자력본부 앞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제공

일하는 인간을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라고 한다. 사람이 자아실현과 생계유지를 위해 일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자랑스럽게 내걸었다. 국민이 보기에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국회는 '일하는 국회법'까지 만들며, 역대 최대 법안을 발의하며 시작했다.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임기가 남지 않은 시점에 살펴보니 실적이 영 마땅찮다. 한 보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접수된 법안은 2만6,000여 건에 달하지만 통과된 법률은 훨씬 적다. 법안을 많이 통과시키는 것이 성과는 아니다. 다만, 국민 생활과 직결되고, 국가 운영에 필요한 법안들은 적시에 입법되어야 하는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의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한 법안 중 하나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다.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지금까지는 발전소 수조 안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수십 년간 현장 연구자들과 기업, 그리고 정부 부처는 이를 영구히 처분할 수 있는 준비를 해왔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일하는' 21대 국회는 호기롭게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지난 국회들에서 모두 해결하지 못한 일을 이번에는 해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쟁에 휘둘리며 특별법은 흐지부지되고 있다.

특별법안이 뒤로 밀린 사이 발전소 수조는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고,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임시로 보관할 곳마저 없어지면,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에너지원의 95%를 수입하는 대한민국은 지난 40여 년간 남부럽지 않은 경제발전과 편리한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원자력으로 생산했다. 그런데, 아직 그 이후 절차에 대해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을 위한 기본이자 근거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근거가 되는 법이 있어야 방폐장 부지도 선정하고, 관리 방안도 마련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입법기관이다. 아직 국회에 시간이 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에 꼭 필요한,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임기 마지막까지 국회가 마음을 모아 다시 한번 잘 살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민은 21대 국회를 진정 '일했던' 국회로 기억할 것이다.


윤지웅 한국정책학회 회장·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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