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
평양~함경남도 검덕 열차 전복
폭설 중 700m 고갯길 오르다 참변
전력 부족으로 견인기 전압 이상
400명 이상 탑승객 대부분 사망
치료 제대로 안 돼 희생자 더 늘 듯
지난달 북한에서 열차 전복 사고로 수백 명이 숨졌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급경사 고갯길을 오르던 열차가 전력 부족으로 뒤로 밀려 발생한 참사로 알려졌다. 당시 열차에는 400명 이상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대부분 사망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다만 정부는 사고 여부를 포함해 "확인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RFA는 16일 함경남도 소식통을 인용, 지난달 25일 평양을 출발해 함경남도 검덕(금골)으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단천 일대에서 전복해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시신 처리 전담반까지 구성해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사후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나마 생존한 탑승자들도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지역은 해발 700m까지 오르는 경사가 가파른 고갯길이다. 사고 날에는 폭설이 내렸다. 소식통은 "급경사 시작 구간부터 열차 속도가 느려지더니, 2개 역을 지난 뒤부터 기관차 견인기 전압이 약해 헛바퀴가 돌다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며 "밀려 내려가는 열차에 가속이 붙으면서 통제 불능이 됐고, 산굽이를 도는 구간에서 열차가 탈선되며 뒷부분 객차들이 산 밑으로 떨어졌다"고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기관차 바로 뒤에 연결돼 있는 2개의 상급열차는 탈선되지 않고 단천역까지 밀려 내려왔다고 한다.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10개 역을 거슬러 내려온 것이다. 이에 주로 상급열차에 탑승하는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 승객 대부분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여객 차량에는 60석이 있으며, 전복된 차량은 7개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피해자는 4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사고 이후 함경남도 사회안전부 인력을 동원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소식통은 "시신 처리 전담반까지 조직됐다"며 "이 사건은 중앙에 보고됐지만, 당국은 단천 일대를 비상구역으로 선포하고 주민 여론 통제에 급급하다"고 RFA에 전했다. 또한 "사고 발생 20일 가까이 지난 이달 13일까지 사고 현장과 병원으로 나뉘어 시신 전담반이 운영되고 있다"며 "중상자들은 단천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항생제 등 의약품 부족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대부분 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8년 11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정전사고로 열차가 전복되면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RFA 보도의 진위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RFA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 현재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고, 통일부는 "사고 여부를 포함해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물론 미국의 소리(VOA), NK뉴스 등 북한 전문 외신 매체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대형 인명 사고를 이례적으로 외부에 공개한 사례는 2004년 룡천 열차 폭발 사고와 2014년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가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공개된 사고들은 피해 규모를 떠나 사고 발생 지점이 도심이거나 중국 국경 근처라 숨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2004년 의료진 파견과 피해 복구, 이재민돕기사업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했고 2014년에는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북측에 조의전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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