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 침체, 성차별 등이 원인"
다른 나라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탈(脫)일본'에 성공한 일본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최근 수년간 주재원 등 해외 장기체류자는 감소한 반면, 영주권 취득자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성차별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17일 일본 외무성 통계를 인용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인 해외 영주권자 수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57만4,727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20년 동안 이 수치는 한 해도 감소한 적 없이 꾸준히 늘어났다. 상사 주재원 등 일본으로 돌아올 목적의 장기체류자의 경우,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7% 급감하는 등 작년까지 4년 연속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영주권 취득 지역은 북미가 48.7%로 가장 많았고, 서유럽(16.8%)과 호주 등 오세아니아(13.6%)가 뒤를 이었다.
'탈일본'이라고 불리는 해외 이주 현상의 이유로는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가 우선적으로 지목된다. 호주 멜버른대 오이시 나나 교수가 일본 대졸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90%는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문제' 등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외 이주 희망 요인으로 꼽았다.
영주권자의 62%가 여성이고, 해외에서 국제결혼을 한 일본인의 70%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일본 내 성차별'도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호주 이주자들 대상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 오이시 교수는 "여성에 대한 제약이 적고 더 높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주하는 젊은 여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자녀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일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이유로 이주하는 가정도 있다. 지진 등 잦은 자연재해도 해외 이주 동기 중 하나로 꼽혔다.
다만 앞으로도 이 추세가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주재원 등 장기체류자가 추후 영주권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팬데믹 후 일본 기업들이 해외 주재원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 약세와 각국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일본인의 해외 생활비가 크게 상승한 것도 해외 이주의 제약이 될 수 있다. 후쿠이현립대 사사이 사토시 교수(인구학)는 "영주 예비군은 잠재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영주자가 계속 늘어날지에 대해선 "유학생이나 기업 주재원 등 일본인이 다른 나라에서 활약할 기회가 얼마나 많을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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