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 '부서장 모시는 날' 아직도…하급직의 식사 대접 관행

하위직이 계·과장에게 점심 대접
관행 명목 조직 내부 악습 여전
직무 관련 시 김영란법 위반
전북경찰청 '조사' 공언했지만
법률 위반 논란에 근절은 미지수

모시는날 삽화.

인사철을 맞아 전북경찰청 안팎에서 하위직 공직자들이 상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른바 ‘모시는 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모시는 날은 인사 시기를 전후해 간부 경찰들에게 하급자들이 주기적으로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문화다. 오랜 관행 중 하나로, 박봉으로 경제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들이 상급자들을 위해 식비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경찰청 내 일부 간부 경찰들이 하급자들로부터 돌아가며 식사를 '대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인사철에 맞춰 하위직 일선 경찰들은 계장(경정급), 계장들은 과장(총경급)에게 돌아가며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가장 큰 원인은 근무평정 탓"이라며 "식사 대접을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너도 나도 돌아가며 인사권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다 보니, 찍히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식사를 대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음식메뉴 선정에도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한탄이다. 그는 "일부 간부 경찰은 매 점심마다 하급자들에게 끼니를 얻어먹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마음 편히 휴식해야 할 점심 식사마저 의전에 목숨 걸어야 하는 업무의 연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모시는 날은 전북경찰청의 오랜 관행 중 하나"라며 "다만 대접받은 간부 경찰 가운데 고맙다며 자신이 식비를 결제하거나,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직원 식당에서만 점심 식사를 하는 간부 경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3만 원 이내 식사를 대접할 수 있지만, 인사·감사·평가 등 기간에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공직자에게 금액과 관계없이 식사를 대접할 수 없다. 전북 치안을 담당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경찰들이 되레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경찰청은 "그 같은 관행(모시는 날)이 아직까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도경찰청은 지난 16일 임병숙 전북경찰청장 지시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하급자의 상급자 식사 모시기는 법률 위반 소지가 커 제대로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실제 그런 악습이 있다면 당연히 사라져야 할 시대착오적 문화"라면서도 "아직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시점에 처벌 수위에 대해 답하는 것은 적절치않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