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34개 지자체에 살처분내역 확인
대부분 마취제 없이 근육이완제로만 도살
동물이 사망할 때까지 극심한 고통 느끼게 돼
지난해 럼피스킨병(괴상피부병)으로 살처분한 소 10마리 중 9마리가 고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도살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처럼 근육이완제만 사용해 도살하면 동물은 사망할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한 달간 럼피스킨병으로 인해 소를 살처분한 34개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전국 총 108개 농가에서 살처분한 한우 및 젖소 6,416마리 중 5,859마리가 고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7일 밝혔다. 마취제가 사용된 곳은 충남 당진시(484마리)와 경북 김천시(13마리)뿐이었고, 30개 지자체에서는 고통사를 유발하는 근육이완제만 단독으로 사용했다.
나머지 2개 지자체인 강원 철원군(13마리)과 전남 신안군(60마리)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신안군의 경우 사용한 약물 종류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1종류인 것으로 보아 근육이완제만 사용한 것으로 단체는 추정했다. 이들 지역에서 살처분한 73마리까지 포함하면 소가 고통사한 비율은 92%에 달한다.
이 같은 살처분 방식은 럼피스킨병 긴급행동지침(SOP)과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약물을 사용하고, 의식을 확실히 잃게 한 뒤에 호흡과 심장박동을 멈추게 해야 된다고 나와있다. 동물보호법 제13조에서도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강재원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활동가는 "이번 럼피스킨병으로 인한 살처분의 경우 대부분의 지자체가 동물이 의식 있는 상태에서 근육이완제를 단독 사용했다"며 "동물이 사망하기까지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어서 미국수의학협회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침이나 법을 위반해도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살처분을 명령할 수 있게끔 하는 조항만 있을 뿐, 지자체의 잘못된 살처분을 예방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강 활동가는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살처분 범위를 최소화하고, 살처분 과정에서 농장동물이 고통스럽게 죽는 일을 막기 위한 고통사 방지 의무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태어나 인간에 의해 살처분되는 생명이 최후의 순간 고통을 겪게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 그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예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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