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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 남한과 작별 선언한 김정은…중러 뒷배 믿고 미국과 '맞짱' 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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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 남한과 작별 선언한 김정은…중러 뒷배 믿고 미국과 '맞짱' 심산

입력
2024.01.17 04:30
수정
2024.01.17 08:3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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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 강조하며 내부 결속 다지기도
중·러와 협력 통해 경제 자립 자신감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경제적 자립'과 '제1적대국 대한민국과의 결별'로 요약 가능하다. 김정은 체제와 4대 세습 공고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으로부터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 한국을 겨냥한 배제의 공세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군사력과 민생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노림수다.

南과 철저한 결별 선언… '하노이 노딜' 교훈 삼아 미국과 '맞짱'

김 위원장의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는 적대적 대남 메시지가 가득했다. 먼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또 북한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도 삭제돼야 한다며 '삼천리금수강산', '8천만 겨레' 등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영토침범으로 간주하겠다는 위협과, 전쟁 시 대한민국의 완전한 수복도 법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남북 간의 모든 기본합의서를 부정한, 철저한 결별 선언인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가져올, 분단 70년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 의미를 뒀다. 그리고 그 의미를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며, 북미 문제로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19년 남북 정상회담을 가교 삼아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하노이 노딜'로 끝나면서 김 위원장이 '3자 구도'의 무용성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관심사는 미국 대선으로 보인다. 핵무력정책 헌법화에 이어 남북관계를 교전국으로 정리한 헌법화 역시 차기 미 행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 분석이다. 핵무력 헌법화는 북한의 핵보유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민족관계 폐기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북미라는 점을 미국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군사·경제 '두 마리 토끼' 자신감 과시… 꿈틀대는 북중러 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라는 시정연설 제목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최상단 목표에는 경제 성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현 시기 중요한 과업은 국가경제의 상승추이를 계속 고조시켜 나라의 경제 전반을 지속적인 발전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적인 자립경제의 든든한 뒷받침 없이는 우리 국가의 높은 존엄과 자주적 발전과 인민들의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내년 당 창건 80주년을 염두에 두고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 해결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비전과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현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결국 인민의 복리 증진이 필수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면돌파에 나서자는 내부 결속의 메시지라는 분석으로, "전쟁준비와 경제건설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자신감을 과시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러시아 연대 모색...3국 관계 움직임 이어질 듯

다만 북한이 경제적 활로를 뚫는 데 있어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 자립의 자신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중국 기업 대표단은 북한을 찾아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 역시 러시아와의 군사·외교적 협력 외에 노동자 파견 등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 관광객들이 다음 달 9일 북한을 단체 방문하면서 관광 재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지난해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지원이나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무력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통해서는 안보, 경제, 체제 유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경고했고, 국방부는 "북한의 대남무력통일 의도를 직시하면서 도발과 위협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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