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고독사, 여성보다 5배
시신 발견까지 평균 1개월
가족 파괴 시 고독사 취약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50대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하다는 법의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독사란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이나 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뜻한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나주영 부산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발간된 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기고한 논문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에서 실제 부검 사례를 토대로 고독사 특징을 분석했다. 법의부검 자료는 경찰 수사 자료부터 시신에 대한 검안 및 부검 결과까지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죽음을 가장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로서 의미가 있다.
나 교수는 202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실태조사’ 기간과 동일하게 2017~2021년 직접 시행한 법의부검 664건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중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라는 주관적 조건을 제외하고 ‘목격자 없이 사망하고 사망 3일 이상 지난 후 발견됐다’는 객관적 기준에 부합하는 고독사는 128명으로 전체 19.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실태조사에서는 전체 사망자 중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이었는데, 부검을 필요로 하는 사망(변사) 사건 중에는 고독사 비율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성별로 분류하면 남성이 108명(84.4%), 여성이 20명(15.6%)으로 남성이 5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 39.8%(51명), 60대 23.4%(30명), 40대 21.9%(28명), 70대 7.8%(10명), 30대 4.7%(6명), 20대 1.6%(2명), 나이 평가 불능 0.8%(1명) 순으로, 40~60대가 전체 고독사의 85.2%(109명)를 차지했다.
둘의 교집합인 ‘50대 남성’은 고독사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평가됐다. 연구 사례 중 50대 남성 고독사는 34.4%(44명)로, 비중이 가장 컸다. 60대 남성 27명(21.1%)과 40대 남성 25명(19.5%)까지 포함하면 40~60대 남성 고독사는 75%(96명)에 달한다.
고독사 이후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6.6일로 한 달에 육박했다. 37.5%(48건)는 1주일 이내, 62.5%(80건)는 그 이후 시신이 발견됐다. 후자만 놓고 보면 시신 발견에 평균 39.9일이 소요됐고, 가장 늦게 발견된 사례는 10개월 만에 원룸 주거지에서 목맨 상태로 임대인에게 발견된 남성이었다.
고독사 절반(50.9%ㆍ65건)은 부패로 인한 악취를 신고한 이웃, 관리비ㆍ임대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건물관리인 및 임대인에 의해 발견됐다. 이 경우 사망부터 시신 발견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29.7일이었다. 다른 발견자는 직계존비속 15.6%(20건), 지인 10.9%(14건), 복지 공무원이나 전기·가스 검침원 10건(7.8%) 등이었다.
결혼 여부 및 지속 상태는 고독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체 128건 중 결혼 여부가 확인되는 110건을 별도 분석했더니 이혼 또는 별거 상태에서 홀로 숨진 사례가 55.5%(61명)로 절반이 넘었고, 미혼자도 40%(44명)나 됐다. 반면 배우자가 있는 상태는 2.7%(3명), 배우자와 사별한 상태는 1.8%(2명)에 불과했다.
나 교수는 “가족 구조의 파괴 없이 독거하게 되는 사별에서는 고독사가 드문 것으로 해석된다”며 “파괴되지 않은 가족 사이의 연결 자체가 고독사 예방의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 지지 등 비가시적인 요인이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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