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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 몰래녹음' 증거 되나 안 되나… 주호민 아들 사건 재판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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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 몰래녹음' 증거 되나 안 되나… 주호민 아들 사건 재판서 공방

입력
2024.01.15 15:20
수정
2024.01.15 15:3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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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법원 "증거능력 부정" 판결
검찰 "피해 아동 장애 고려돼야" 반박
징역 10월 구형… 내달 1일 선고 공판

웹툰 작가 주호민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웹툰 작가 주호민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당 녹음파일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피고인 변호인 측)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를 앓고 있어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다.”(검찰 측)

1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의 6차 공판.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녹음한 대화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느냐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B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주호민씨 아들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해 아동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B씨 발언 내용을 녹음했고, 이 녹음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다. B씨 사건 1, 2심은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으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폐쇄적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오간 ‘타인 간 대화’라 당사자가 아닌 부모가 녹음하거나 녹음파일을 이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증거 능력을 부정했다.

대법원 판결은 주호민씨 아들 사건처럼 유사한 쟁점을 두고 다투는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곽 판사도 검찰과 변호인 측에 추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사건과 본 사건 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녹음 외 신의 법익을 방어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10월과 함께 이수 명령, 취업제한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A씨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례는 수업 내용이 불특정 다수가 아닌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거라 판시한 것”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녹음파일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A씨도 최후진술에서 “저와 피해 아동이 그동안 신뢰를 쌓고 노력한 과정을 고려해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4차 공판에서 공개된 녹음파일에서 A씨는 수업 중 주씨 아들이 책에 적힌 대로 “버릇이 고약하다”라고 읽자 “너야 너, 버릇이 고약하다”라며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했다.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라고 한 말도 담겼다. 이번 사건의 선고 기일은 내달 1일이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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