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반정부시위 촉발 '아미니 의문사' 첫 보도
반체제 선동죄 징역 13·12년 선고받고 1년째 투옥
2022년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히잡 의문사' 사건을 처음 알렸다가 수감된 두 여성 언론인이 1년 만에 풀려났다.
영국 B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이란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에빈교도소에 갇혀 있던 닐루파르 하메디(31)와 엘라헤 모함만디(36)가 각각 보석금 20만 달러(약 2억6,000만 원)를 내고 이날 석방됐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202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은 영원히 묻힐 뻔했다. 이란 당국은 아미니가 지병으로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터내셔널은 "경찰 구타로 아미니가 사망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유엔 인권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의 개혁 성향 일간 '샤르그' 소속 기자인 하메디는 아미니의 주검을 껴안고 있는 그의 아버지와 할머니 사진을 찍어 "애도의 검은 드레스가 우리 국기가 됐다"는 글귀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모함만디는 개혁 성향 일간 '함 미한'에 아미니의 고향 사케즈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 기사를 썼다. 당시 수백 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 슬로건인 '여성, 생명, 자유'를 외쳤다고 전했다.
이들의 기사는 이란 전역에서 아미니 죽음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촉발했다. 나아가 시위는 신정 일치의 이란 이슬람 정권 전복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로 1년 가까이 격화했다.
이란 당국은 이를 서방 세력이 조장한 폭동으로 규정하고 유혈 진압했다. 최소 79명의 언론인이 국가 전복·반체제 선동·미국과 협력한 혐의로 구금됐다. 하메디와 모함만디도 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3년과 12년형을 선고받고 1년 넘게 에빈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이들은 항소한 상태고, 이번에 풀려나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란 여성인권 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SNS에 석방된 두 사람의 사진을 올리고 "이들은 진실을 폭로한 대가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지만, 정권에 굴복하지 않는 수백만 명의 이란 여성들처럼 꺾이지 않는 존재"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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