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대책 재건축 패스트트랙
총선 후 여소야대 땐 시행 불투명
국토부 "안전진단 기준 추가로 완화"
정부가 지은 지 30년 된 노후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도 재건축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패스트 트랙' 정책을 발표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해 시행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상반기 중 관련 기준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우회로를 찾아 규제 완화 취지를 최대한 살린다는 것인데, 총선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패스트트랙…야당 "총선용 포퓰리즘" 직격
패스트트랙의 핵심은 재건축 사업의 첫 장벽인 ①안전진단 절차를 재건축 거의 마지막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개선한 것이다. 바뀐 제도가 시행되면 준공 30년 된 아파트는 주민들이 원하면 바로 재건축 사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안전진단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물론 재건축 사업 기간도 최대 3년(서울은 6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②재건축 사업 착수와 동시에 사업 주체인 추진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는 언급이 과장이 아니라고 여겨질 만큼 시장에서 1·10 부동산 대책을 파격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232만 가구 중 1월 현재 준공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262만 가구(21.2%)에 이른다. 패스트트랙만 시행되면 향후 5년 내 전국 아파트의 37% 수준인 460만 가구가 곧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관련(①, ②) 조치는 도시개정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는 내달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21대 국회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야당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발표 직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정부를 직격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공언한 분양가상한제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도 민주당의 반대로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전례도 있다. 결국 도시개정법 개정안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고, 총선 이후 지금처럼 여소야대가 유지되면 법 통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상반기 재건축 기준 추가 완화
이에 국토부는 법 개정과 별개로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비용편익 등 4개 항목을 따져 재건축 가능 여부를 따지는 절차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강화한 안전진단 기준을 지난해 1월 완화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추가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법 개정 없이 즉시 시행할 수 있다.
안전진단 기준은 현재 30%인 구조안전성 비중을 더 낮추고 대신 주거 환경(주차난 등·30%)과 설비노후도(배수 등·30%) 항목 배점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도,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면 충분히 재건축 가능 단지로 판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전진단은 절차상 단계로만 남게 된다. 패스트트랙 취지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법 개정이 지연되면 시장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전진단 기준이 느슨해진다 하더라도 오래된 아파트는 무조건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해 패스트트랙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더욱이 재개발 규제 완화 자체가 집값을 급등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지금은 침체기라 큰 움직임이 없지만 추후 집값 회복기에 이 같은 규제 완화 조치가 집값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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