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13일 전국서 투표
친미 라이칭더 "중국에 포위될 텐가"
친중 허우유이 "통일 논의 없을 것"
바이든·시진핑 평가전 양상도
"대만의 안보를 걱정하는 건 민주진보당(민진당)뿐이다." (민진당 지지자 청)
"민진당이야말로 위험하다. 공연히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국민당 지지자 황)
대만 정치권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물론 향후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국면의 주요 변수가 될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가 13일 실시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미중의 외교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놓인 대만의 이번 선택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미중 대리전'이라는 평가도 많다.
구도는 3파전이다. 친(親)미국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국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맞붙은 가운데, 중도를 표방한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뒤를 쫓는 형국이다.
누가 당선될지는 오리무중이다. 4년 전 민진당 차이잉원 현 총통이 전체 표의 57.1%를 얻어 압승했던 것과 달리 라이·허우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3~5%포인트 차의 접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커 후보가 얼마만큼의 표를 가져가느냐도 선거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세 전환 친중국 후보
투표를 하루 앞둔 12일 허우 후보의 텃밭인 신베이시에 위치한 반차오 제1운동장은 허우 후보의 마지막 저녁 유세 준비가 한창이었다. 공원 바깥에 설치된 야구장 면적만 한 공간은 지지자들을 위한 빨간색 의자 수만 개로 꽉 채워져 있었다. 수십 명의 인부가 트럭에 실린 의자를 쉼 없이 나르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스(78)는 "라이 후보보다 지지율이 약간 낮지만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차이다. 허우 후보의 당선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타이중시에서 거리 유세에 나선 허우 후보는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듭 양안(중국과 대만)관계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세 올리는 라이칭더
민진당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11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 광장 '조국 수호의 밤' 행사에 참석한 라이 후보는 연단에 올라 "민주주의를 고수할 것인지, 중국에 포위될 것인지가 우리 손에 달렸다"며 거듭 독립 노선 지지를 호소했다.
왕복 10차선 도로로 이뤄진 카이다거란은 15만여 명의 지지자가 운집해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었다. '민주주의가 유턴에선 안 된다', '대만이 대만을 지킨다'고 적힌 팻말도 가득했다. 현장에서 만난 민진당 지지자 청은 "민진당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만 안보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건 그들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시진핑 대리전 ...승자 따라 대만 셈법 달라져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대리전 양상도 띤다. 2020년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내내 대만·공급망 분야에서 중국 몰아붙이기에 집중했다. 지난해 3기 체제 문을 열고 초장기 집권 가도에 들어선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서만큼은 양보는 없다"고 맞서왔다. 양측이 펼쳐온 외교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가 이번 선거에서 판가름 나는 셈이다.
누가 당선될지에 따라 미중의 '대만해협 셈법'은 달라진다. 라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의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대만) 통일은 역사적 필연"(시 주석)이라고 못 박은 중국의 숙원 사업이 현실에서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군사 위협과 경제제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 대치도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허우 후보가 승리하면 양안 간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질 전망이다. 중국으로선 민진당 정권이 4년 더 연장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당이 집권한다면 미국이 대만해협 주변에 해군 전력을 증강하면서 중국을 직접 견제하고 대만을 압박할 수도 있다.
총통 선거는 113명의 입법위원(한국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투표는 현지시간 기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개표 작업은 오후 10시 30분까지 마무리한다는 일정이다. 오후 8~9시쯤 당선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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