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특성별 정당한 편의제공도 안해"
법원 공무원 모집 과정에서 장애 응시자 특성에 맞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직무와 무관한 장애 관련 내용을 묻는 면접은 차별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는 박모씨가 법원행정처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에서 11일 "박씨에 대한 최종 불합격처분을 취소하고, 손해배상금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을 상대로 한 박씨의 법정 다툼은 2022년 법원사무직렬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서 시작됐다. 지체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박씨는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에 지원해 7월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두 달 뒤 일반면접과 심층면접시험을 연달아 치렀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박씨는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일부 면접관들이 "발음이 좋지 않은데 일을 할 수 있냐", "자기소개서에 조음장애란 단어가 있는데 무슨 뜻이냐"는 등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한 탓에 정작 업무 능력과 인성을 검증할 기회를 빼앗겼다는 취지였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응시자 장애 특성에 맞는 편의를 제공할 의무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면접 시험에 앞서 언어장애인에 대한 편의지원이 가능한지 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원도 이뤄지지 않아 의사전달용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보조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애당초 박씨가 편의 사항에 대한 어떠한 문의도 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신청을 안 해 제공을 하지 않았을 뿐, 절차적 문제는 없었다는 뜻이다. 채용 공고 당시 '편의지원 제공 기준'을 게재했으니, 면접 과정에서 지원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별도로 안내할 필요는 없다는 항변이었다.
법원은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한 차별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일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 건, 다른 면접관들에게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를 위축되게 하는 등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하고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건 면접관들에게 부여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면서 "공개채용시험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요건도 더욱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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