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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종식 국가 한국’ 이끌어낸 결정적 장면 3

입력
2024.0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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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ㆍ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9일 개식용 종식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환호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9일 개식용 종식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환호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김영주 국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의사봉을 세번 내리치는 순간, 국회 현장에서 본회의 중계를 지켜보던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식용견을 구조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듯 한동안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습다. 한국에서 ‘식용견’이라는 단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9일, 국회는 본회의에 상정된 개식용 종식 특별법을 재석 210명, 찬성 208명, 기권 2명으로 의결했습니다. 지난 12월12일, 소관 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논의를 시작한 이래 1개월도 걸리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법안 통과가 이뤄졌습니다. 가결된 법안은 앞으로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조용했을 평일 낮의 국회가 갑자기 환호성으로 가득차자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국회 경내를 산책 중이던 시민 김종옥 씨와 조소영 씨는 시끄러운 분위기가 개식용 종식 특별법 통과 때문이라는 걸 전해듣자 “발의 소식은 알고 있었는데 오늘 통과된 줄은 몰랐다”며 반가워했다. 두 사람은 “개만 특별대우한다는 반응도 있겠지만, 개를 시작으로 돼지, 소, 닭 등의 소비를 점차 줄여가야 하고, 이제부터 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직후 국회 현장 영상 보기 ▼▽

법이 공포되면 그 직후부터 새로운 식용견 농장과 보신탕 가게는 들어설 수 없게 됩니다. 또한 기존 영업자들은 공포 이후 3개월 안에 영업시설 규모와 주소 등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6개월 이내 개식용 종식 및 전업 이행계획서도 제출해야 합니다. 특히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정부는 법안 공포 6개월 안으로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의 폐업과 전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개식용 종식 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고 도살하는 행위가 금지되는 시점은 공포 3년 뒤입니다. 도살한 개의 사체를 식용 목적으로 조리하고 가공한 식품 역시 유통할 수 없게 됩니다. 3년 뒤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죽였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개의 사체를 조리, 가공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남아 있는 과제들은 많습니다.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의 폐업 및 전업 지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식용견 농장에 남은 개들의 희생은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만, 특별법 통과 자체는 한국 동물복지 역사의 전환점으로 기억될 만한 사건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번 특별법 통과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발생했던 중요한 장면 3개를 되짚어 봅니다.


#1. 2019.12.19. “전기 개 도살은 동물학대” 최종 판결

지난 2019년 식용견 농장에서 개를 전기 쇠꼬챙이로 도살한 행위를 동물학대로 본 법원 판결에 동물단체가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지난 2019년 식용견 농장에서 개를 전기 쇠꼬챙이로 도살한 행위를 동물학대로 본 법원 판결에 동물단체가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서관 302호에서는 매우 중요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 김형두)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식용견 농장주 이모씨(67)에게 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리고 선고를 2년간 유예했습니다.

비록 선고유예 판결이었지만,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사람에게 ‘동물학대’ 혐의를 적용한 유죄 판결이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씨가 받은 동물학대 혐의는 전기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집어넣어 감전시켜 죽인 행위입니다. 이는 식용견 농장에서 대부분이 행하던 방식이기에 동물학대로 인정되면 사실상 ‘개 식용 금지’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고 여겨졌습니다.

육견협회와 식용견 업계는 이씨의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감전 즉시 개가 죽었기에 고통은 없었다”며 “전살법은 일반 축산 농가에서도 사용하는 도살법”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했습니다. 반면 수의사 등 동물 전문가들은 “식용견 업계에서 주장하는 전살법과 실제 축산농가의 전살법은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축산 농가의 전살법은 전기 충격으로 동물을 기절시킨 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살하는 방식이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법정에 출석한 수의사도 “여러 면을 종합해 봤을 때 전기 도살 방법은 개에게 큰 고통을 줬을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법원 또한 이 주장을 인용해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례는 식용견 도살에 대한 규제 근거가 됐습니다. 당시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대표는 “매우 엄밀한 판결이라 다른 사례에도 적용되는 ‘리딩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지자체 특별사법경찰단이나 경찰에서 식용견 도살 행위를 적발할 때 이 판례를 근거로 내미는 사례가 급증했습니다.

▼▽ 판결과 법적 공방 자세히 보기 ▼▽




#2. 2021.09.27. 문재인 대통령 "개 식용 종식 검토" 지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인 2021년, '개식용 종식'을 언급하며 검토를 지시했다. 사진은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 '토리'의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인 2021년, '개식용 종식'을 언급하며 검토를 지시했다. 사진은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 '토리'의 모습. 청와대 제공

이날은 현직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개 식용 종식’을 언급한 날입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국민의 생각은 어떤지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차원”이라며 발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적인 검토 단계로 이어졌습니다. 발언 2개월 만인 2021년 11월, 동물단체와 육견단체, 전문가, 정부 인사 등 20명으로 구성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출범된 겁니다.

다만, 정권 교체기에 출범한 사회적 논의 기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잃어갔습니다. 당시 논의기구에 참여한 동물단체와 육견단체 간 이견 차이가 너무 큰 까닭이었습니다. 당시 육견단체는 15년간의 유예 기간을 제시했고, 동물단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팽팽하게 맞붙었습니다. 결국 사회적 논의기구는 2022년 7월 ‘무기한 연장’ 발표 이후로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비록 사회적 논의기구는 표류했지만, 이처럼 지지부진한 논의는 국회가 개식용 종식 특별법을 만드는 동력으로 작동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경쟁하듯 특별법을 발의했고, 2023년 하반기에는 여야 모두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빠른 법안 통과로 이어졌습니다.

▼▽ 당시 발언 자세히 보기 ▼▽


#3. 매년 초복. 동물단체와 육견단체의 맞불 집회

지난해 7월, 초복을 맞아 동물보호단체들이 개최한 개식용 종식 촉구 집회 전경. 개식용 종식 국민행동 제공

지난해 7월, 초복을 맞아 동물보호단체들이 개최한 개식용 종식 촉구 집회 전경. 개식용 종식 국민행동 제공


지난해 7월 초복을 맞아 동물단체 집회에 맞대응하는 육견협회의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준비한 개고기를 진열해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 동그람이 정진욱

지난해 7월 초복을 맞아 동물단체 집회에 맞대응하는 육견협회의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준비한 개고기를 진열해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 동그람이 정진욱

지난 5년간 매년 초복이 돌아오면 연례행사처럼 집회가 열렸습니다.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동물단체의 집회와 이에 맞서는 육견단체의 맞불 집회였습니다. 이 맞불 집회는 사회적 논의 기구가 표류한 이후로 가열찬 의견 대립을 상징하는 집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개식용 종식이 사회적 주요 의제로 부각되면서 더욱 표현이 격렬해졌습니다. 특별법과 개식용 종식 조례를 발의한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이 집회에 참석해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육견협회 집회에서는 한동안 자제하던 개고기 시식회를 여는 등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 집회 풍경 자세히 보기 ▼▽

이번 특별법 통과로 이와 같은 가열찬 의견 대립은 볼 수 없게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개 식용이 완전히 종식되기까지는 앞으로 3년이 남았습니다. 개 식용 종식으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의 장면이 담길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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