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위하는 사람" 지적장애인 가스라이팅해 살인 교사...'건물주 살인' 모텔업주 기소

건물주와 갈등 겪자 범행 계획
검찰 "심리적 지배로 범행 나서게 해"
주차부스 살게하면서 주거비 뜯기도

서울남부지검. 뉴스1

서울 영등포구에서 발생한 '건물주 살인사건'을 지시한 혐의를 받은 40대 모텔 업주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주는 일자리 제공 등을 명목으로 지적장애인인 주차관리인을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건물주를 살해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 서원익)는 살인교사,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로 조모(44)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11월 12일 건물관리인인 김모(33)씨에게 자신과 경제적 문제로 갈등을 겪던 A(83)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로부터 모텔 주차장을 임차해 쓰던 조씨는 2022년 9월부터 영등포 공동주택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A씨와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9월에는 주차장 임차료와 관련한 송사까지 발생했다. 이에 조씨는 김씨에게 'A씨가 네 수급비를 자르려고 한다'는 등 거짓말을 동원해가며 A씨에 대한 적대감을 갖게 했고, 범행을 결심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지난해 8월부터 김씨에게 복면과 우비 등 범행도구를 사게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김씨가 옥상으로 출근한 A씨를 살해하자 모텔 CCTV를 삭제하고 혈흔을 닦은 후 김씨를 도피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2020년 7월부터 약 3년 동안 모텔과 주차장을 관리하던 김씨에게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또 주차박스에서 살던 김씨가 지적장애인으로서 장애인수급비를 수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모텔 방세 명목의 돈을 지급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조씨는 이 과정에서 김씨에게 "나는 네 아빠로서, 네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며 돈을 뜯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됐다. 경찰이 다시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의 반려를 거쳐 지난달 13일 발부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 유족에 대한 지원조치를 하는 한편, 조씨와 김씨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