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전북 병·의원 대상
리베이트 비용 2.8억 원 써
▷지점장: P는 플라톱! 더블S는 싸콜! 그거는 이제 (리베이트) ‘은어’지.
▶본사 직원: 잠깐만요. 지금 적어도 돼요? 내용 이해가…
▷지점장: 아이, 적으면 안 되죠! 당연히 적으면 안 되죠. 큰일 나려고!
▶본사 직원: 우리 지금 하는 걸 플라톱이라고 한다고요?
▷지점장: 응 플라톱. 그다음 선지원은 1, 2년 약정을 해서 통째로 돈을 주는 거야. 1년을 계약하면 1년 동안 돈을 안 줘도 되잖아요. 통으로 다 줬으니까 그지?
종근당 계열 제약사인 경보제약 소속 본사 직원과 지점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 일부다. 병·의원 약품 처방근거자료(EDI) 담당자로 새로 발령받은 직원이 기안문에 적힌 용어를 묻자, 본사 직원이 은어의 실제 의미를 설명한 것이다. 싹콜(싸콜, 더블S)은 약 처방을 미리 약속하고 돈을 주는 ‘선지원 리베이트’, 플라톱은 병·의원의 처방이 있은 뒤 대가를 지급하는 ‘후지원 리베이트’를 뜻한다.
전국 병·의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현금 리베이트를 벌인 경보제약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경보제약이 자사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13개 병·의원과 약국에 2억8,000만 원을 제공했다고 보고 과징금 3억 원을 부과했다. 이 과징금은 최근 3년 내 공정위가 제재한 의료 분야 리베이트 사건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JW 중외제약에 305억 원(2023년 11월), 안국약품에 5억 원(2023년 8월)이 부과된 바 있다.
경보제약은 2015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처 13개 병·의원 및 약국에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150차례에 걸쳐 약 2억8,0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경보제약은 판촉비 일종인 지점운영비를 각 지점에 매월 수표로 내려 보냈는데, 영업사원은 이 수표를 현금화한 뒤 거래처 리베이트 자금으로 썼다.
수법은 체계적이었다. 경보제약은 병·의원의 처방 내역이 입력된 EDI를 근거로 리베이트 금액을 책정했다. 후지원 리베이트는 병·의원의 실제 EDI 자료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 금액으로 지급했다. 선지원 리베이트는 EDI 자료를 기준으로 처방이 저조할 경우 처방 실적을 늘리라고 독려했다. 약국도 적극 공략했다. 약사는 처방권이 없지만, 대체 제조로 자사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약사가 경보제약의 의약품을 대체 제조하면 결제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줬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경보제약의 내부 공익신고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내용이 시발이 됐다. 이 사건은 이미 검찰에 고발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 별도 고발은 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는 소비자가 의약품을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시장 특성상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이 시장에서 선택되지 않는 왜곡된 결과를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