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회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가 한 번도 낙마한 전례가 없다는 '배지 불패의 법칙'이 다시 한번 통할까. 11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인사 검증'보다는 '질의응답'에 가까웠다. '엑손모빌 로비' 등 일부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이 질문 공세를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맹탕 청문회'였다는 평가다.
야당 의원들은 그나마 엑손모빌 로비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서울 이태원동 자택을 미국계 다국적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자회사에 빌려주며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았다는 게 더불어민주당 측 주장이다. 조 후보자는 2017년 9월부터 월세 950만 원에 엑손모빌 자회사인 모빌코리아윤활유의 지사장에게 단독주택인 자택의 2개 층을 빌려줬다. 3년 계약을 맺고 임대료도 선지급받았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갑자기 공직을 그만두고 나왔고, 다시 공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았다"며 "(임대료 지급 방식 역시) 외국인 임대 수요가 많은 이태원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계약 전후 엑손모빌 관계자와 공적·사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청문 의원들이 날을 세운 건 딱 여기까지였다. 야당 의원들이 질문하고, 조 후보자가 대답하는 방식이 청문회 대부분 시간을 채웠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재직 당시인 1999년 2월 음주운전으로 7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외교부 징계는 없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그때까지 외교부에서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전례는 없었다"고 했다.
국정원 관련 현안을 두고도 조 후보자는 조목조목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특히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과 관련해서는 "해외 조직이 없고, 사이버 능력이 떨어지는 경찰이 대공수사를 하는 건 적합지 않다"고 밝혔다. 직파 간첩이 거의 사라지고 해외에서 접선하거나 사이버상으로 지령을 내리고 있는 현 간첩 활동 방식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해당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2020년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 대공수사권 이관에 반대했다. 다만 그는 국정원장으로 임명되면 소신과 별개로 법을 지키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북한의 현 정세와 관련된 질문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내용만 보고받고 있을 것이므로, 정확한 상황 인식을 못 할 가능성이 있다"며 "작년보다 올해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독도 패싱'으로 논란이 된 군 장병 정신교육 기본교재와 관련해선 "사전에 교재를 보지 못했고, 독도 문제에 대해 알았다면 바로 교정을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이에 "실무자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듯 느껴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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