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SC 당국자 “징후 못 봤고 증거도 없어”
한국은 “제공 규모 등 파악 중”… 정황 시사
과거·간접 거래 가능성… 전문가 “입증 필요”
한국 정보기관이 가능성을 시사한 북한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군사 협력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 정보력을 갖춘 미국 백악관이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미국이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 있지만, 하마스의 북한산 무기 보유가 전쟁 이전이거나 직접 거래가 아니어서 미국 관심권 밖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한글 표기 식별된 로켓탄 기폭장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하마스에 북한이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하마스와 북한 사이에 군사적 협력이 있음을 가리키는 어떤 징후도 알아채지 못했고, 그것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아예 모른다고 소문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쪽 설명은 다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5일 이스라엘군이 압류한 하마스 무기 중 한글 표기가 식별되는 F-7 로켓유탄발사기(RPG) 기폭장치 부품 사진을 근거로 북한산 무기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가정보원이 8일 해당 보도에 대해 “동일하게 판단한다”며 “하마스 등이 대상인 북한의 무기 제공 규모와 시기에 관해 구체적 증거를 수집·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마스와 북한 간 교류 역사에 비춰 하마스가 북한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놀랄 이유는 없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발발한 뒤 자신이 팔레스타인 편임을 숨기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도로 미뤄 최근 석 달 사이에 공조가 이뤄졌을 개연성도 없지는 않다.
“부품만 봐선 언제 어떻게 왔는지…”
국정원과 백악관 간 미묘한 설명 차이는 기술적 차원일 수 있다. 미국 내 기관 간에도 정보 분석·평가 결과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저렇게 나올 정도면 이스라엘과 싸움이 붙은 뒤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조달했다고 믿게 만들 만할 물증은커녕 거래 정황조차 미국이 아직 포착하지 못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추정이다.
또 하마스의 북한제 무기가 전쟁 이전에 확보된 것일 수 있다. 양측 간 과거 거래 이력은 현재 미국의 관심사가 아닐 공산이 크다.
작년 10월 이후 하마스가 입수한 무기여도 직거래가 아니면 군사 협력으로 보기가 애매하다. 이란과 시리아를 통해 북한산 무기가 중동 무장 세력으로 흘러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 아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본보 이메일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갖고 있던 로켓탄 기폭장치가 (북한제 부품을 쓴) 중국산이나 러시아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입증 여부도 중요하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석좌는 본보에 “북한에서 만든 부품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하마스가 언제 어떻게 북한산 무기를 확보했는지를 알려 주지는 않는다”며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를 폭로했을 때처럼 백악관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경험적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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