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친척' 거대 유인원 멸종 미스터리
"기후변화로 인해 바뀐 환경에 적응 못해"
'키 3m, 몸무게 300㎏.'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유인원으로 알려진 '기간토피테쿠스 블래키'의 멸종 수수께끼가 풀렸다. 200만 년 전 중국 남부에 살던 거대한 유인원이 자취를 감춘 건 '기후변화로 바뀐 먹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멸종 시기 29만5000~21만5000년 전"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CNN방송에 따르면, 장잉치 중국과학원 척추동물 고생물학·고인류학 연구소 교수 등은 이날 '거대 유인원 기간토피테쿠스의 멸종'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현실판 킹콩', 기간토피테쿠스의 멸종은 고생물학계 최대 미스터리였다. 지난 260만 년 새 사라진 몇 안 되는 거대한 유인원인 데다 기간토피테쿠스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오랑우탄은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간토피테쿠스는 1930년대 중반 홍콩의 한 약재상에서 이빨 화석이 '용의 이빨'로 속여 팔리다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이후 중국 남부의 동굴 22곳에서 약 2,000개의 이빨과 턱뼈 화석이 잇따라 발굴됐다.
10년 넘게 이 화석을 연구해 온 장 교수와 지질연대학자인 키라 웨스트어웨이 호주 매쿼리대 교수팀은 29만5,000~21만5,000년 전 기간토피테쿠스가 멸종했다고 밝혀냈다. 동굴 속 뼈 화석과 퇴적물을 수집해 6가지 연대 측정 기법으로 157개의 방사성 연대 측정 결과를 도출한 결과다.
"환경 변화 앞 거대 유인원도 멸종 위기"
이 시기는 기간토피테쿠스가 서식했던 중국 남부의 양쯔강, 남중국해 지역의 기후변화 진행과 맞물린다. 당시 꽃가루와 이빨 화석의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기간토피테쿠스는 이 지역의 열대우림에서 주로 과일을 먹이 삼아 번성했다. 하지만 "과일을 찾기 어려운 건기"가 시작됐다. 견과류, 씨앗, 곤충까지 다양하게 먹으며 변화에 적응했던 오랑우탄과 달리 기간토피테쿠스는 나무껍질 등 영양가가 낮은 먹이로 대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토피테쿠스의 큰 몸집도 생존에 불리했다. 나무를 타고 먼 곳까지 먹이를 찾아 나섰던 오랑우탄과 달리 땅 위에서 생활한 기간토피테쿠스는 "좁은 숲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간토피테쿠스는 개체 수가 점차 줄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 새로운 연구는 인류의 먼 조상의 운명을 밝힐 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이미 수백만 년 동안 존재했던 거대한 종조차 쉽게 멸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다음 차례는 오랑우탄이 될지도 모른다. 오랑우탄은 기간토피테쿠스가 적응에 실패한 기후변화에도 용케 살아남았지만, 오늘날 인간의 무분별한 삼림 벌채로 인해 직접적인 생존 위협에 직면한 탓이다. 세르지오 알메시야 미국 자연사박물관 고인류학자는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숲이 점점 줄면서 해마다 오랑우탄의 개체 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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