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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바둑에서의 불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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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바둑에서의 불문율

입력
2024.01.12 04:30
23면
0 0

흑 변상일 9단 백 신진서 9단
결승 3번기 제2국
<3>

3보

3보


5도

5도


6도

6도

어느 스포츠건 선수 간의 협동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불문율이 존재한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불문율은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하나의 볼거리이자 재미요소일 것이다. 물론 바둑에도 불문율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첫 수는 바둑판 우측 상단에 놓기, 차이가 크게 날 경우 불계 선언하기, 승자가 먼저 돌을 담지 않기 등이 있다. 첫 수를 우측 상단에 두는 것은 대국자가 대부분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놓기 가장 편한 방향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불계의 경우 지나치게 차이가 벌어졌거나 변화의 여지가 없고 집 차이가 명확한 상황일 때 상대의 실력과 내 실수로서의 패배를 인정하는 매너에 가깝다. 이긴 사람이 먼저 돌을 담지 않는 것은 복기와 관련 있다. 주로 패배한 쪽이 승부처에서 아쉬웠던 수 위주로 검토하기 마련인데, 해당 공간이 어디였는지 잠시나마 다시 떠올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상일 9단이 백1에 뻗으며 복잡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흑6까지 쌍방 최선의 대응. 이때 두어진 백7이 너무 많은 생각에 꼬여버린 한 수였다. 이 수의 의도는 백9를 흑이 받아주고 백이 16에 건너 붙여 패를 결행했을 때 하변 팻감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흑10의 반발을 간과한 착각. 결과적으로 5도 백1에 끼워 타협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백9까지 미세한 형세. 실전 흑10을 본 변상일 9단은 백11에 치받았는데 이때 두어진 흑12가 신진서 9단이 준비한 한 수. 팻감을 한 개 줄인 효과가 있다. 백11은 지금이라도 6도 백1에 붙여 패를 결행해야 할 장면이었다. 실전 흑20까지 하변 백돌 한 점이 잡혀선 흑이 크게 이득 본 모습.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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