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중앙지법에 압류추심명령서 접수
공탁금 전액 확보 위해 출급 대신 압류 신청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기업 중 최초로 히타치조선이 한국 법원에 공탁한 돈 전액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가 법원에 압류추심명령신청서를 접수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일본 기업 돈이 피해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사과의 뜻이 담긴 자발적 배상이 아니라는 한계는 여전하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모씨의 법률대리인 이민 변호사는 11일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담보공탁에 대한 압류추심명령신청서를 접수했다"면서 "이번 압류 신청은 공탁금을 배상금으로 압류하기 위한 절차"라고 말했다.
이씨는 1944년 9월 일제의 국민징용령에 의해 일본 오사카 소재 히타치조선소로 강제동원됐던 피해자다. 그는 2014년 11월 강제노역에 대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위자료)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 모두 히타치조선이 이씨에게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히타치조선은 2019년 1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6,000만 원을 서울고법에 공탁했다.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해 한국 법원에 돈을 낸 것은 최초다. 다만 단순히 강제집행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피해자에게 성실히 배상하려는 취지는 아니었다. 이후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28일 대법원의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씨 측은 당초 보증공탁금 6,000만 원을 출급(공탁금을 찾아가는 것) 청구하려 했으나, 압류추심명령을 신청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히타치의 공탁은 강제집행 정지를 보증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법리상 이씨 측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집행정지로 지연돼 입은 손해(2019년 2심 판결 이후의 법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에만 그치기 때문이다. 이씨 측에 따르면, 그렇게 산정된 금액은 현재 공탁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법리상 나머지 금액은 손해액에 해당하지 않아 이씨가 공탁금 일부를 출급하게 된다면 히타치조선이 공탁금을 회수할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대법원 확정판결금에 근거해 히타치조선의 공탁금 전체를 압류추심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일본 기업의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하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과의 뜻에서 전달하는 돈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이 변호사는 "현재 요건이 갖춰있고 특별한 돌발상황이 없다면 무난히 압류추심명령을 받아 공탁금 전부에 대해선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면서 "나머지 배상액에 대해서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