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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버터 넣었다" 기획사 거짓 해명… '버터 없는 버터맥주' 논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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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버터 넣었다" 기획사 거짓 해명… '버터 없는 버터맥주' 논란 점입가경

입력
2024.0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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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허위사실 유포" 기획사 해명 반박
식약처 양사 형사고발… 기획사만 기소돼
제조사, 식약처 제재 반발해 행정소송 제기

버터 없는 버터맥주로 논란이 된 '뵈르맥주' 4종. GS리테일 제공

버터 없는 버터맥주로 논란이 된 '뵈르맥주' 4종. GS리테일 제공

젊은 층 사이에서 ‘버터맥주’라 불리며 품절대란을 일으켰던 ‘뵈르맥주’와 관련한 ‘허위 광고’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상품명 ‘뵈르(BEURRE)’는 프랑스어로 버터라는 뜻이다.

제품 기획사와 회사 대표는 실제 버터를 원재료로 사용한 것처럼 홍보한 혐의(식품표시광고법 위반)로 지난해 말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적을 받고 제품에 버터를 첨가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의뢰로 맥주를 만든 제조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고도 식약처 제재를 피하지 못하자 행정소송에 나섰다. 정작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기획사는 식약처 제재 대상이 아닌 점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버터 첨가" 기획사 해명에 제조사 "사실무근"

10일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버터맥주를 위탁 제조한 수제맥주 업체 부루구루는 이달 4일 기획사 버추어컴퍼니에 “허위사실 유포를 중지하라”며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전날 기획사의 '추후 버터 첨가' 해명에 대한 반박이다. 제조사는 “논란 이후에도 최초 제조된 원재료가 그대로 사용됐고 사후적으로 버터가 첨가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또 “부루구루가 (식약처에) 품목 제조 보고한 것과 다르게 제품을 생산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버터맥주 4종의 실제 제품명(트리플 에이ㆍ비ㆍ씨ㆍ디 플러스)의 인허가 정보를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면 성분 및 원료 목록에 ‘버터’는 없다. 제조사 측 법률대리인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데 맥주에 버터를 첨가했다는 기획사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논란의 책임을 제조사에 떠넘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기획사는 검찰 기소 사실이 알려진 이달 3일 입장문을 내 “관계기관의 지도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와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미 버터맥주라는 광고 문안을 즉각 변경했고 더불어 이후 생산된 모든 제품에 버터를 첨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짓 해명이 문제가 되자 9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뵈르맥주는 관계기관 지도를 받은 2023년 1월 이후 추가 생산된 적이 없다”며 “(사후에) 뵈르맥주에 버터를 넣어 생산했다는 일부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을 바꿨다.

버터 안 들어갔다면 버터맥주 표기·홍보 '위법'

2022년 '뵈르맥주'를 판매한 유명 백화점 팝업스토어의 진열대에 'BUTTER BEER(버터 비어)''라는 광고 문구가 걸려 있다. 독자 제공

2022년 '뵈르맥주'를 판매한 유명 백화점 팝업스토어의 진열대에 'BUTTER BEER(버터 비어)''라는 광고 문구가 걸려 있다. 독자 제공

버터맥주는 유명 가수 출신으로 의류, 외식, 수제버터 등 사업을 했던 기획사 대표 박모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제조사에 버터 풍미가 나는 맥주 개발을 의뢰해 생산됐다. 주류도매업 면허가 없는 기획사를 대신해 제조사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제품에는 버터향과 바닐라향이 첨가됐다. 버터맥주는 2022년 7월 유명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입소문을 탄 데 이어 9월 편의점에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100만 캔이 팔렸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해 3월 버터맥주 기획사와 제조사를 형사 고발했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버터를 뜻하는 ‘뵈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버터맥주’ ‘BUTTER BEER(버터 비어)’ ‘버터베이스’ 등으로 광고해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제조사는 고래밥, 붕어빵 등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제품명이 통용되는 사례는 많다고 반박했고, 기획사도 용기 상단에 표시된 ‘뵈르’는 상표일 뿐이고 뵈르를 ‘버터’라고 인지할 소비자는 드물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제품명뿐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 버터가 들어간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형태로 광고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합성향료를 사용한 제품에는 원재료 명칭을 제품명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향’이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바나나맛우유는 2009년 천연재료를 쓰지 않은 가공식품에 ‘~맛’이라는 표현이 금지되자 고유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바나나농축과즙을 첨가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제조사에 품목 제조 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검찰이 지난해 9월 “고의성이 없다”며 제조사를 불기소 처분한 점을 들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작 버터맥주 논란을 일으킨 기획사는 식약처 관리 대상인 식품 제조사가 아니라서 형사 고발 외에 별도 행정조치를 받지 않아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제조사는 식약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지난달 29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조사는 “식약처가 상품을 기획하고 광고한 주체와 위탁 제조를 한 주체를 변별하지 못했다”며 “무리한 보복성 행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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