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작가와 감독 인터뷰
해외의 높은 관심, 예상 못했던 이유
정동윤 감독 "한소희 부상 사고, 넋 잃었다"
파트2를 공개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인 '경성크리처'의 작가와 감독이 한소희와 박서준에게 거듭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두 배우의 열연이 있기에 '경성크리처'의 일본 가 일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은 본지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강은경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파트1과 2로 나눠 공개됐으며 시즌2는 올해 공개 예정이다.
강 작가에게는 오래전부터 '경성크리처'의 배경이자 작품의 중요한 소재인 1930년대를 조명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그 시대를 다루는 것에 엄중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간 작품 관련 인터뷰를 자주 진행하지 않았던 강 작가는 이례적인 참석을 두고 "이면에 감춰진 코드를 말하고 싶어서 인터뷰에 나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경성크리처'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단다. 다만 상황은 순탄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한류가 시작된 후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이야기들이 점차 사라졌고 배우들의 참여도도 낮아졌다. 제작비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 섭외가 막히면서 시대극은 점차 설 곳을 잃었다. 강 작가는 "시도하던 도중 시대극에 관심이 많은 젊은 감독님을 만났다. 정동윤 감독님의 경성 시대는 어떻게 펼쳐질까. 단순히 너무 슬프고 암울했다는 주장만을 갖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은 '괴물'이었다. 그래서 제가 차곡차곡 쌓은 생체실험을 꺼내게 됐다. 쓰면서 많이 어려웠다"라고 고심했던 대목을 꺼냈다.
'크리처'라는 제목을 보며 장르물을 기대했던 이들도 있을 터다. 수많은 코드 중에서 작가와 감독이 주목한 키워드는 생존과 실종이었다. 강 작가는 시대극에 방점을 찍고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사료와 취재를 통해 당대 사람들이 일상을 살다가 돌연 사라지는 역사적 사실을 더욱 부각했다.
정 감독은 거액 제작비에 대한 부담감 속에서도 시대 구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정 감독은 "관점의 차이일 수 있지만 괴물과 맞서 싸우는, 모험심의 이야기를 한다면 이 시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는 '암살'과 '밀정'을 보고 자란 시대다. 1930년대는 우리나라의 많은 슬픔이 있다. 글로벌적으로 일반 크리처물처럼 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담백하게 다루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시대의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의 사연이 집합된 장소 전당표를 묘사하면서 강 작가는 돈이 많은 상인이 독립군을 도와야 한다는 편한 논리를 의도적으로 지양했다. 그러면서도 역사 속 종로, 서대문구 시장 상인들이 일본 순사들의 압박 속에서 문을 닫았던 이야기를 배경 삼아 메시지 전달에 호소력을 더했다.
다만 작가와 감독 모두 일본인과 조선인의 대립 구도가 아닌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극중 독립 운동가들이 폭력에 굴복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된 이유다. 강 작가는 "그 시대의 독립 운동가들이 너무 대단하면서도 인간적인 접근을 하고 싶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비통한 일인가. 멋있고 영웅적으로 그리는 것도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분들에겐 두려움을 이겨낸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때로는 서글프게 동료의 이름을 불 때도 있었겠지만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갔을 것이다.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강 작가는 "해외에서는 시대극에 관심이 없단다. 저희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고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있었다. 넷플릭스 마케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고마웠다. 보이지 않는 태극전사들이다. 처음에 넷플릭스 팀에서는 '작가님, 해외에선 안 될 수 있지만 국내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지금도 글로벌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일본 순위다. 외면당할 줄 알았다. 특별히 광고가 많이 나간 것도 아니었다. 일본 10대들의 731부대 검색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제게 힘이 됐고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몸을 사리지 않았던 박서준과 한소희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일제강점기 이야기는 배우들에게 선호되지 않는 주제임에도 박서준과 한소희는 흔쾌히 응했다. "작품을 시작할 때 박서준이 할까 싶었어요. 놀랍게도 시놉시스 단계에서 그린라이트가 왔고 몇 번이나 확인했죠. 박서준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작품을 하는 것이 도전이 아니냐고 했는데 작품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쿨하게 답하더라고요. 한소희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것을 우리가 해야 하지 않아요? 한류니깐'라고 답했고 저는 이 친구들의 결정이 다치지 않길 바랐습니다."
정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불거졌던 한소희의 안면 부상 사고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를 두고 정 감독은 "소희씨가 다쳤을 땐 넋을 잃었다. 갑자기 '악' 소리가 났고 많이 다친 것 같았다. 소희씨가 쇠사슬을 너무 세게 차서 얼굴로 날아갔던 상황"이라면서 "워낙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한 결과다. 너무 아파해서 병원을 가라고 했다. 그 후 다시 돌아와서 잘했다.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 고마웠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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