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단 종교인 뭉친 'DMZ 생명평화순례' 첫 출발
파주에서 고성까지 400㎞를 두 발로만 걷는 대장정
"DMZ 순례길, 평화를 염원하는 순례길로 만들 것"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4대 종단 종교인이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2024 DMZ 생명평화순례'를 진행한다. 각 종단별 DMZ 평화행진 같은 행사는 간간이 있었지만, 4개 종단 종교인이 한데 모여 21박 22일 일정으로 400㎞에 이르는 길을 함께 걷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19 군사합의 파기 등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빙을 기원하는 기도도 함께 한다.
생명평화순례 준비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순례단 구성 및 운영 내역을 공개했다. 2월 28일 입소해 다음 날인 29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한다. 3·1절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3월 1일 임진각에서 공식 출범식을 열고 걷기 시작해 하루 20㎞ 내외를 걸어 3월 21일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할 계획이다.
20여 일간 400㎞ 걷는 순례길은 첫 시도
지난 1년여간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던 김현호 대한성공회 신부는 "숙소, 식사 등 여러 불편함 때문에 그동안에는 짧은 기간 동안 어려운 곳은 건너 뛰고 일정 부분만 걷는 상징적 행사로 진행됐다면, 이번엔 그간 쌓인 노하우를 다 종합해 전 구간을 끊김 없이 온전히 두 발로 걸어가는 코스"라고 말했다. 전체 코스를 완주하는 순례단 이외에도 각 구간별, 일정별 참가자들도 따로 지원받을 계획이다.
걷기만 하는 건 아니다. 김찬수 목사는 "올레길 같은 것이 인기를 끌면서 걷기를 자주 하시는 분들이 크게 늘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종교인인 만큼 '순례'를 위해 걷는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묵상하고 기도하는 걷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임진각 등 4곳에서는 평화를 주제로 한 강연회, 음악 공연 등을 연다.
산티아고는 '신앙의 길' 우리는 '평화의 길'
행사 취지는 좋지만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다. 남과 북의 강대강 대치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찬수 목사는 "이번 순례길을 통해 평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천주교 신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신앙의 길'이라면, 우리가 분단선을 따라 걷는 길은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핵집 목사는 "분단으로 허리 잘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픈 자리가 DMZ"라며 "종교인이라면 그 상처 난 자리를 걸으면서 치유와 회복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이 첫 순례길이지만 앞으로 해외 종교인들을 초청해 함께 걷는 등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 하지만 남북 대치 상황이 더 강해진다면 앞으로 행사를 장담하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김현호 신부는 "이번 DMZ 순례길이 1회 이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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