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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지열발전 탓' 결론 5년 됐는데... 검찰은 "아직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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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지열발전 탓' 결론 5년 됐는데... 검찰은 "아직 검토 중"

입력
2024.01.10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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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지진→19년 정부 결론→20년 감사원 발표
법원도 "국가책임... 200만~300만원 배상" 결론
검찰만 남아... '인재' 책임 가리는 수사 지지부진

지진으로 외부 벽체가 파손된 경북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 모습. 포항=연합뉴스

지진으로 외부 벽체가 파손된 경북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 모습. 포항=연합뉴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지열발전소로 인해 시작됐다는 결론이 나온지 5년이 다 돼 가도록, 이 인재(人災)의 책임을 가리는 수사는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미 민사재판 1심에서 "국가 등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검찰의 형사적 판단이 도출되지 않은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포항 지진 사건의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춘)가 맡고 있다.

지진의 원인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는 이미 2019년 3월에 나왔다. 당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진이 인근 지역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다'는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지열발전소에 지열정(지열을 이용하기 위해 판 구덩이)을 굴착하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수리자극)에서 미소지진이 발생했고, 그 영향으로 규모 5.4 본진이 발생했다는 결론이었다.

그해 11월 검찰은 포항지열발전소, 주관사 넥스지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같은해 12월에는 포항시 피해 시민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제수사 착수 4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검찰은 사건 처리는 물론, 이렇다 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록 양이 방대하고 피해자 특정 등 더 들여다볼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장량동 한 다가구주택 건물의 필로티 기둥이 부서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장량동 한 다가구주택 건물의 필로티 기둥이 부서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미적대는 사이 감사원의 결론도 나왔다. 감사원은 2020년 4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넥스지오가 3차 수리자극을 진행하던 2017년 4월 규모 3.1 지진(규모 5.4 지진과 동일한 단층에서 발생한 전조 지진)이 발생했으나, 지열발전과 관련한 지진이라는 점을 산업부와 에기평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산업부는 지열발전으로 인한 지진인지를 확인하거나 지진 위험을 분석하지 않았고, 에기평도 이런 과정 없이 컨소시엄의 사업 기간을 연장해줬다"고 지적했다.

포항 지진처럼 피해자가 많고 새로운 원인에서 비롯된 사고의 경우 배상 책임을 가리는 민사 소송이 가장 나중에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법원 판단이 검찰 처분보다 빨랐다. 포항 시민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11월 지열발전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뒤 원고 1인당 200만~3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한참 전에 처리했어야 하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두 번째(1위 2016년 경주 지진 규모 5.8)로 강한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나왔고, 정부가 이미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규정한 사건이기에, 인적 책임을 신속하게 가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진 피해자인 포항 시민들 사이에서도 검찰의 늑장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대표는 "포항 지진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사건으로 정부도 이미 5년 전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며 조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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