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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리는 경제 '폴리코노미'... 총선 앞 '감세'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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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리는 경제 '폴리코노미'... 총선 앞 '감세' 잇따라

입력
2024.01.08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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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도세 완화 이어 금투세 폐지 급추진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도 감세 정책 가득
"세수 부족하다면서 '감세 보따리'"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KIST 연구동을 방문해 양자 컴퓨팅 관련기술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KIST 연구동을 방문해 양자 컴퓨팅 관련기술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에서 갑자기 발표했는데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가 된 건가요? 언제 결정된 건가요?"

최근 기재부 정책 발표 기자회견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기재부는 "총선을 신경 쓴 정책이 아니다"라고 극구 답한다. 정작 정부가 연일 내놓은 '세금 감면·면제 정책' 추진 과정과 기대 효과를 보면 정치권에 끌려간 흔적이 역력하다.

이에 '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라는 생소한 단어까지 등장했다. 정치와 경제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걸 넘어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고, 경제가 정치에 휩쓸려 가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판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폴리코노미 현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표심에 우호적인 정책, 급추진 배경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식화'가 대표적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는 금투세 폐지 관련 내용이 한 글자도 적히지 않았다. 함께 논의돼야 할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의 기본적인 개편 방향도 담기지 않았다. 불과 6개월 전 발표한 '2023년 세제개편안'에서 금투세는 2025년 1월 시행으로 못 박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한마디에 상황이 뒤집어졌다. 기재부가 경방을 발표하던 2일 윤 대통령은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상향(10억→50억 원)도 마찬가지다. 추경호 전 부총리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뒤 고작 열흘 만에 대통령실에 의해 갑자기 추진됐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정책이 표심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세수 결손액이 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유례없는 세수 펑크 상황을 고려하면 '세수 기반 악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두 정책은 직접 효과를 누리는 대상이 상위 1% 고액 자산가라는 점에서 '부자 감세'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앞서 기재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금투세 시행 시 과세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 남짓인 15만 명으로 예상되며, 세수가 연간 1조5,000억 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연간 1조5,000억 원의 세수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올해 경제정책, 세금 감면 대책 가득

김병환(가운데)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병환(가운데)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경방에도 다수의 세금 감면, 면제 대책이 포함됐다. 특히 기업이 혜택을 보도록 설계된 정책이 다수였다. 기업의 일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액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기존에 견줘 10%포인트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기존 공제액의 절반 이상을 대기업이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의 수혜 대상 역시 대기업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카드 사용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증가하는 경우 증액분에 대해 20%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등 민생 지원 정책도 감세 기조가 뚜렷하다. 정부는 4년 전 이미 대폭 확대했던 간이과세자 기준(4,800만→8,000만 원)도 1억 원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간이과세자 기준을 높이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조1,226억 원의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앞으로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 정책은 기본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며 "감세로 세입 기반이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인구 감소 등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표한 정책들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며, 올해와 내년의 세수 여건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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