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퀴어일 것" 가사·공연 근거 주장
측근 분노 "인권 침해...사실 아니다"
CNN "성적 지향 추측, 이례적·부적절"
미국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두고 "노래와 공연에 성소수자라는 암시가 들어 있다"고 주장한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단순 작품 해석을 넘어, 개인의 성적 지향까지 추측한 것은 윤리적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NYT 칼럼니스트 안나 마크스는 4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스위프트의 일부 노래 가사, 공연, 의상 등을 성소수자 관련 암시로 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마크스는 스위프트 노래에 담긴 '머리핀을 떨어뜨렸을 때'라는 가사와, 머리핀을 떨어뜨린 무대 퍼포먼스를 거론했다. 미국에서 '머리핀 떨어뜨리기(hairpin drop)'는 자신의 동성애자 정체성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마크스는 또 스위프트가 성소수자, 양성애자 권리를 각각 상징하는 무지개색이나 분홍·보라·파란색 의상 또는 소품을 수차례 활용하거나, 벽장 문 뒤에 있는 듯한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인 적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벽장(closet) 안에 있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는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비유다.
마크스는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커밍아웃(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하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또 "그녀 자신만이 알 수 있을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녀 작품이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에 대해 암시한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기로 선택했다"고 썼다.
쏟아질 비판을 예견한 듯, 마크스는 칼럼에서 '작품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차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수 개인의 성적 지향까지 언급한 분석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익명을 요구한 스위프트 측 한 관계자는 6일 CNN에 "테일러에 대해 글을 쓸 때 일부 언론인들에게 넘지 못할 경계가 없는 것 같다"며 "그것이 얼마나 (인권) 침해적이고, 사실이 아니며, 부적절하든 상관없이 모두 '의견'이라는 보호막 아래 놓인다"고 분노했다.
스위프트가 직접 성적 지향을 밝힌 적은 없지만, 성소수자가 아니라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은 있다. 성소수자 권리를 공개 지지해 온 그는 2019년 인터뷰에서 성소수자 공동체를 가리켜 "나 자신이 속하지 않은 공동체에 대해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까지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CNN은 "NYT처럼 저명한 언론사가,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할뿐더러 이전에 관련 의혹을 부인했던 인물의 성적 지향을 추측하는 글을 싣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런 기사는 부적절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논평했다.
미국 팝 가수 스위프트는 2006년 데뷔 이래 오랜 기간 세계적 명성을 떨쳐 왔다. 특히 지난해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The Eras)' 세계 투어 콘서트와 음반 수익 등으로 18억2,000만 달러(약 2조4,000억 원)가량을 벌어들이며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또 지난 1일 스위프트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에서 68주째 1위를 차지하며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솔로 가수 최장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스위프트를 2023년의 인물로 선정하며 "스위프트의 인기는 10년 넘게 상승했지만, 올해는 그가 예술과 상업 분야에서 핵융합에 버금가는 역사적 에너지를 분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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