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속 비상착륙… 인명 피해는 없어
추락사고로 운항 중단 후 재개된 기종
"제조 과정 문제"...유럽도 운항 중단
미국에서 비행 도중 동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비상 착륙한 보잉 737-9 맥스 항공기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이 기종 운항 중단 움직임이 잇따르면서다. 보잉 737-8와 737-9 맥스는 앞서 두 차례 있었던 737-8 맥스 추락 사고로 20개월간 비행이 전면 금지됐다 해제된 기종이다.
"죽겠구나 생각"… 상공서 문짝 떨어져 아찔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미국 항공사가 운영하거나 미국 영토에서 비행하는 보잉 737-9 맥스 항공기 운항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
전날 오리건주(州)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해당 기종 여객기가 4.8㎞ 상공에서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간 뒤 약 20분 만에 비상 착륙한 데 따른 조처다. 여객기에는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당시 다행히 구멍 바로 옆 창가 좌석은 비어 있었다. 해당 줄 가운데와 통로 쪽 좌석에 10대 소년과 어머니가 앉아있었는데 사고 직후 급격한 압력 차로 소년의 셔츠가 찢어져 비행기 밖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이후 승무원들이 이들 모자를 반대편 다른 좌석으로 옮겨 큰 피해는 없었다. 다른 승객 비 응우옌(22)은 "잠이 들었다가 큰 소리에 잠이 깨 눈을 떠보니 눈앞에 산소마스크가 보였고, 왼쪽 비행기 옆면 벽이 사라진 상태였다"며 "가장 먼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CNN에 말했다.
사고 원인은 기체 설계보다는 제조 과정상 문제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승객이 찍은 사진과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평소 사용하지 않는 비상문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잉 737 계열 기종의 경우 탑승 인원수에 맞춰 비상구 수를 조정할 수 있게 설계됐는데, 사고가 난 여객기는 적은 수의 승객을 태우면서 불필요해진 비상문 위에 판을 씌워 일반적인 기내 벽면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프 구제티 전 FAA 사고조사관은 "(동체가 뜯겨 나가면서 생긴 구멍이) 후미 중앙 출입문의 윤곽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깔끔한 파손이었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지난해 11월 첫 취항 이후 145회 운항한 사실상 '새 비행기'였다. 해당 기종 평균 수명은 9.7년이다.
미국·유럽, 운항 중단·비행 재개 전 점검 요구
비극적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미국 항공당국은 발 빠른 조치에 나섰다. 마이크 휘터커 미 연방항공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FAA는 특정 보잉 737-9 맥스 항공기가 운항을 재개하기 전에 즉각적인 점검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의 항공기 약 171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FAA는 설명했다.
유럽연합(EU)과 튀르키예 등도 해당 기종 운항을 일시 중지하거나 점검하도록 조처했다. 항공정보사이트 플라이트글로벌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터키항공과 아이슬란드에어 외에는 해당 기종이 거의 운항하지 않는다.
알래스카항공은 사고 직후 예방 조치로 자사가 운영하는 보잉 737-9 맥스 여객기 65대의 운항을 중단했고, 점검 결과 이상이 없는 항공기는 다시 운항에 투입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보잉 737 맥스는 앞서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켰다. 737-8 맥스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추락하면서 총 346명이 숨진 이후, 20개월간 이 기종과 737-9 맥스의 운항이 전 세계에서 중단됐다. FAA는 2019년 3월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가 이듬해 11월에야 이를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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