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OP29 주최하는 아제르바이잔
국영기업 임원 출신 장관을 의장 임명
2년 연속 산유국 석유회사 출신 의장
"총회 앞날 미궁" vs "결과 도출이 중요"
올해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의장에 석유·가스회사 임원 출신 인사가 지명됐다. 지난해 COP28 의장에 주최국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석유회사 최고경영자가 임명된 것과 닮은꼴이다. 여기에 재작년 이집트를 시작으로 3년 연속 산유국에서 기후총회가 개최되면서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라는 핵심 기후과제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무크타르 바바예프(56) 생태자원부 장관을 COP29 의장으로 지명했다. 2018년 장관에 임명된 바바예프는 1994년부터 25년간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SOCAR·소카르)에 재직했다. 2010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하기 직전 3년간(2008~2010)은 소카르의 생태 담당 부사장으로서 석유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토양오염 개선 사업을 벌였다.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기후 관련 최대 국제회의에 2년 연속 화석연료 회사 출신이 의장으로 임명되자 COP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총회 의장인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도 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다. 그가 지명될 당시에 전 세계 1,800여 개 비정부기구로 구성된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석유회사 회장이 COP 의장을 맡는 건 놀라운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총회 개막 직전엔 ‘COP28을 ADNOC의 국제 천연가스 개발사업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UAE의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산유국이 연이어 총회를 개최하는 것도 시빗거리다. 2022년 COP27은 이집트에서, 지난해 COP28은 세계 석유매장량 5위인 UAE에서 열렸다. 아제르바이잔 또한 연간 석유 생산량이 740만 톤(2020년 기준)으로 이집트의 두 배에 달한다. 천연가스도 풍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대체할 유럽의 새로운 에너지 공급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석유·가스 판매수익이 자국 한 해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가경제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
이에 벌써부터 올해 총회 성과를 둘러싼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기후단체인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은 “기후총회 의장에 또 다른 석유업계 리더가 임명되면서 총회의 앞날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올해 COP29에서는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행할 방법을 논의해야 하지만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만 있다면 의장의 이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히려 COP 출범 28년 만인 지난해 총회에서 '화석연료 전환' 합의가 처음 도출된 건 알자베르 의장이 산유국들을 적극 설득한 덕분이라며, 산유국 국영 석유회사 고위급 출신이라는 의장 배경이 기후과제 이행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는 지난달 18일 COP28 정부대표단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신임 의장은 ‘산유국을 끌어들이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며 “어떤 나라가 의장국을 하든 회원국이 모두 힘을 합쳐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