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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말 믿고 가입했다"... '수조 원 손실 우려' 홍콩 ELS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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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말 믿고 가입했다"... '수조 원 손실 우려' 홍콩 ELS 검사

입력
2024.01.07 14:10
수정
2024.01.07 18:15
15면
0 0

불완전판매 확인, 배상 기준 마련
상반기에 만기 10조... 지수 반토막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해 금융당국이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홍콩 ELS 상품은 이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조 원대의 손실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만기(통상 3년)까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한다. 지수가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할 경우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으로 원금의 상당액을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H지수는 연계 ELS가 집중 판매된 2021년 2월 1만2,229를 찍고 줄곧 하락해 1월 5일 기준 5,606까지 급락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키웠다.

올 상반기에만 만기 10.2조 원

홍콩H지수 추이. 그래픽=강진구 기자

홍콩H지수 추이. 그래픽=강진구 기자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 홍콩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은행 15조9,000억 원(24만8,000계좌), 증권 3조4,000억 원(15만5,000계좌)이며, 이 중 녹인은 전체의 55.8%(10조8,000억 원)에 달한다. 2021년 초 판매를 시작하면서 올 1월부터 손실을 입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전체 투자금액의 52.7%인 10조2,000억 원의 만기가 집중됐다.

문제는 투자자 상당수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다는 은행 직원 권유에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입했다고 말한다.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의 비중은 30.5%(5조4,0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최초 투자자 비중은 계좌수 기준 8.6%고, 나머지 91.4%가 재투자자인 만큼 단순 피해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 "불법 사항 정리해 배상 기준 마련"

홍콩 ELS 분기별 만기도래금액. 그래픽=강진구 기자

홍콩 ELS 분기별 만기도래금액. 그래픽=강진구 기자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주요 12개 판매사의 판매 실태를 점검했다. 조사 결과 일부 판매사에서 ①ELS 판매한도 관리가 미흡했으며 ②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을 적극 판매하도록 정책적으로 유인한 정황도 발견됐다. ③계약서류 미보관 등 관리체계상 문제점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8일부터 홍콩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10개 주요 판매사를 현장검사한다. 금융회사의 위법사항 확인 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행위 과정에서의 불법 사항을 정리해 배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판매사에 자율 배상하도록 하거나 분쟁을 조정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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