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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없어 환자 돌려보내기도"…의약품 품귀가 사재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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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없어 환자 돌려보내기도"…의약품 품귀가 사재기 탓?

입력
2024.01.05 18:42
수정
2024.01.05 18:50
6면
0 0

처방전 변경 요청에 약국 간 '교품 거래'도
복지부, 사재기 의심해 지자체와 합동 조사
현장에서는 "통합 유통망부터 구축해야"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약국에 해열제 등이 진열돼 있다.(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약국에 해열제 등이 진열돼 있다.(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연합뉴스


"감기 환자는 계속 오는데 약이 없어요. 콧물약을 구하면 기침약이 떨어지고, 기침약이 들어오면 해열제가 부족하고.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에요."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정소원씨는 5일 "의약품 주문 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약을 구하느라 하루를 다 보낸다"며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환자들이 많이 오는데, 올겨울 호흡기질환이 유행해 감기약 품귀 현상은 더 심해졌다. 당장 며칠 뒤 몇 가지 품목은 재고가 동나지만 모든 도매상에서 품절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약이 없어서 환자를 돌려보낸 적도 많다. 궁여지책으로 성분이 같은 다른 약으로 처방을 바꿔달라고 병원에 요청하거나, 특정 품목 품절 시 대체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도 한다. 정씨는 "대체약조차 부족해 또 다른 대체약으로 돌려막으며 힘겹게 버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약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어린이가 많은 지역에서 의약품 대란이 잦다 보니 약사단체 게시판에는 "약을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넘친다. 여유분이 있는 약을 내놓고 필요한 약을 구하는 등 약국 간 '교품 거래'도 이뤄진다. 특정 의약품은 입고되자마자 품절되는 탓에 대다수 도매상들은 약국당 구매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약국들이 이용하는 의약품 주문 사이트에 주요 의약품들이 모두 '품절'로 표시돼 있다. 약사 정소원씨 제공

약국들이 이용하는 의약품 주문 사이트에 주요 의약품들이 모두 '품절'로 표시돼 있다. 약사 정소원씨 제공

감기약 품절 사태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한 2022년부터 2년 넘게 지속되는 문제다. 방역조치 완화 이후 인플루엔자(독감)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 등 여러 호흡기질환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정부가 약가를 올려 제약사들이 지난해 9~12월 감기약 1,843개 품목을 전년 대비 6% 증산했어도 급증한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사재기가 수급 불안정을 가중한 요인일 수 있다고 판단해 구입량 대비 사용량이 적은 약국·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달 중 관할 지자체와 합동 조사에 나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된 의약품 공급 내역과 청구량을 분석해 유통 불균형으로 공급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슈다페드정(슈도에페드린제제 콧물약)과 세토펜 현탁액 500mL(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 시럽)를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지난해 9월 기준 구매량 대비 사용량이 25% 수준에 불과해 사재기가 의심되는 약국과 의료기관은 400여 곳이고, 사용량이 0%인 약국도 40곳으로 파악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는 공급 불균형 해소가 목적"이라며 "예상치 못한 처방에 대비해 재고를 확보한다는 점을 감안해 적정한 재고량인지를 약사회에 조언을 구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품귀 현상을 빚는 약을 시중보다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사재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사례 때문에 약사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간다는 불만도 들린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비축하거나 대체약을 먼저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요가 많고 시급한 곳에 의약품이 먼저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인 유통망 체계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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