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수형 생활 못해 치료감호 필요"
검찰 반박, 유족 "최고형 내려달라" 호소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고인 최원종(23)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신감정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감정 결과에 반박했고, 그의 난동으로 숨진 유족들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부장 강현구) 심리로 4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국립법무병원이 작성한 최원종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통보서를 공개했다.
정신감정서에 따르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사물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였다. 또 정신과적 치료가 없으면 망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조현병이 지속될 수 있어 재범의 위험이 크지만 반사회적 성격장애 요건은 충족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앞서 최원종 측은 지난해 10월 2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조현병이 의심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정신감정 결과를 받은 최원종 측 변호인은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현병이 지속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나왔다”며 “장기간 수형생활이 불가피한 점 등 고려해 치료감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기존 입장대로 “범행 당시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최원종을 기소할 당시에도 “피고인은 주식 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정도의 학업능력을 갖췄고, 범행 수일 전 심신미약 감경을 검색하기도 했다”며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범행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원종의 가족과 친구, 정신과 담당의 등 참고인 25명과 전문의 자문을 종합한 결과 ‘최원종은 망상에 몰두해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감을 갖고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인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해자 측 3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A(당시 20세)씨의 아버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똑똑한 외동 딸이었다”라며 흐느꼈다. 이어 “최원종은 망상에 의한 범죄꾼이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반사회인”이라며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내를 잃은 남편 B씨도 “1월 3일은 집사람과의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참 슬프고 참담하다”라며 “흉악범죄 살인자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법이 약해지면 이런 사건은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감경 없는 엄벌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최원종이 휘두른 흉기에 손을 찔린 백화점 보안요원 C씨는 “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심이 이어져 백화점 보안요원 일을 그만뒀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고 난동 당시 피고인의 모습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아닌 시민을 해치면서 쾌락을 느끼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다음 공판은 18일이다. 이날 검찰 구형이 진행된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서현역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은 뒤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로 기소됐다. 차에 치인 A씨 등 2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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