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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지자체의 복지실험들

입력
2024.01.03 18:59
수정
2024.01.03 19: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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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제도 확대됐지만 정치적 논란 휩싸여
아이드림, 안심소득... 지자체 창의적 제도 주목
수정 어려운 중앙정부 복지제도 문제 돌파구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지난달 18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8세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7세에서 끊기는 중앙정부의 아이수당을 18세까지 연장하는 파격적 정책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18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8세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7세에서 끊기는 중앙정부의 아이수당을 18세까지 연장하는 파격적 정책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은 우리나라가 '무(無)복지국가에서 작은 복지국가'로 발돋움한 시기다. 복지제도와 예산이 꾸준히 확충됐으나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제도는 요동을 쳤다. 현금보전성 보육정책인 아동수당(2018년 도입)이 좋은 예다. 보수정부(박근혜·이명박 정부)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양육수당을 선호한 반면, 진보진영은 한 푼이 아쉬운 저소득 여성이 양육수당 때문에 가정에 머무를 수 있다며 소득과 시설 이용 여부를 따지지 않는 보편적 아동수당을 요구했다. 보편 복지 바람이 불면서 결국 보수정당도 아동수당 도입에 찬성은 했지만 선별지급에 집착했다. 2017년 말 문재인 정부가 보편적 아동수당 법안을 내자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소득 하위 90%’라는 기준을 법안에 밀어 넣었다. 문재인 정부가 100% 지급을 추진하자 ‘좌파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무차별 퍼주기 복지’라고 이념적 비난을 퍼부었다. 우여곡절 끝에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경과하면서 대상은 0~7세로 상향되는 등 더 확대됐지만 주요 선진국(대상 독일 18세, 프랑스 21세 등)과는 차이가 크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인천시가 내놓은 출산정책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은 전향적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합쳐 인천에서 태어나면 18세가 될 때까지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8세부터 18세까지 지자체가 월 15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결과적으로 7세에서 끊어지는 중앙정부의 아동수당이 선진국 수준인 18세까지 연장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영유아기에만 투자가 집중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지자체가 해소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육아휴직·아동수당 등 한국의 가족 관련 공공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70% 수준인 현실에서 보수정당 소속의 광역단체장(유정복 시장)이 실사구시적으로 사안에 접근한 것이다.

재정의 한계,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 등으로 문제점이 드러나도 좀처럼 교정하지 못하는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지방정부가 수정 보완하는 시도는 인천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 말고도 서울시의 저소득층 소득보장제도인 ‘안심소득’을 들 수 있다. 정치적 논란도 있었지만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1,500가구 정도의 작은 샘플이지만 지난달 서울시 중간발표에 따르면 안심소득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연금 같은 중앙정부의 복지제도 혜택을 못 받았지만 안심소득은 받은 이들이 절반을 넘었다.

인천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이나 서울의 안심소득이 기존 제도를 지자체가 보완하는 방식이라면 경기도의 소득보장제도인 '기대소득제도'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 제도다. 기존의 소득보장제도는 시장에서 근로소득을 창출하는지, 이를 위해 노력하는지 엄격하게 따진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가 발달해도 과거처럼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고 새 일자리도 충분히 소득을 보전해주지 못한다.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접근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예컨대 경기도는 승용차 대신 걷기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한 이(‘기후행동 기회소득’), 음악회를 연 장애인예술인(‘예술인 기회소득’) 등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의 공공적 가치(환경, 예술)를 인정하고 공적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복지제도는 한 번 시행하면 축소나 폐지가 어렵고, 이른바 제도의 경로의존성 때문에 현실변화에 대응이 느린 맹점도 있다. 중앙정부보다 몸이 가벼운 지자체들의 창의적 복지실험들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이왕구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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