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신동엽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09년 '신동엽의 300' 촬영장에서였다. '신동엽의 300'은 시청자 참여 공개 퀴즈 프로그램이다. 300명의 방청객을 상대하는 것이 진행자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신동엽은 모든 방청객들에게 친절했고 배려심이 넘쳤다. 쉬는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며 방청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E채널 '용감한 기자들'이나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도 진행자로서의 품격이 빛났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늘 기다려주고 격려해 줬다. 각 출연자들의 분량을 챙겨주고, 썰렁한 분위기도 재미있게 이끌어주는 내공을 과시했다. 기자가 본인 스타일과 맞지 않는 콘셉트로 캐릭터가 잡혀 걱정할 때도 누구보다 열심히 같이 고민해 주던 진행자였다.
어쩌다 보니 가까이에서 그의 인간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최근 유튜브에서 보여준 모습들 덕분에 신동엽의 이러한 인간미를 대중도 알게 됐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다. 전 연인 이소라의 유튜브 채널에 지원사격을 나선 신동엽은 직접 루머를 해명하고 이소라의 성품을 극찬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결별한 뒤 23년 만에 재회했고, 해당 영상은 74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에서 신동엽은 "너한테 고마운 거, 미안한 거 투성이다"라며 과거를 회상하던 중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1999년 말에 있던 일은 제가 해서 걸린 거다.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많더라. 아직도 소라와 관련된 무슨 일 때문에 내가 뭐 억지로 그거를 했다더라. 이게 계속 부풀려지니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소라는 "너 방송에서 그런 말 하면 큰일 나"라며 신동엽을 걱정했다. 하지만 신동엽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이에 이소라는 "그거로 방송에서 또 연락이 많이 왔었어. 그런 게 또 뭐가 의미가 있어. 결국에는 진실한 소통 이런 게 가장 필요한 거잖아. 사람들한테도 우리한테도. 너랑 나랑 지금 이렇게 만나는 것보다 더 진실된 소통이 어디 있겠어"라며 "너가 여기에 있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고맙다. 진짜 그 얘기를 하다니"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솔직한 대화를 접한 네티즌들은 감동했다. 전 연인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만나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사석도 아닌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자신의 치부까지 들춰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 더 어렵다. 아마도 신동엽은 이소라 유튜브 출연을 수락한 때부터 그 루머를 해명하리라고 마음먹은 게 분명해 보인다.
이후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한 신동엽은 아내 선혜윤 PD가 이소라의 팬이라며 재회를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진경이 '짠한형 신동엽' 채널 성공을 축하하자, "문득 내 속에서 나만 아는 '당연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딱 드는 순간 나는 그때 나를 제대로 경멸한다. '너 이 새끼야, 정신 똑바로 차려. 진짜 어디서 지금 네가' 하며 스스로에게 욕을 진짜 많이 한다"고 신동엽은 고백했다.
이어 "그게 나만의 초심을 잃지 않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아주 미세하게 이런 것들이 다 당연하게 느껴지고 남들이 반겨주고 인사해 주고 하는데도 감사할 줄 모르게 된다. 그때 자신을 경멸할 줄 알아야 돼"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진경은 "우리 같은 일하는 사람들은 오빠 같은 생각을 반드시 해야 되나 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한 예능에서 윤정수는 "신동엽은 정말 매너남"이라며 "회식을 하면 식당에 계시는 분들 택시비까지 챙겨준다"고 했다. 그러자 신동엽은 민망한 듯 웃으며 "아무래도 촬영을 하게 되면 늦게 끝나는 날이 많아서 회식을 해도 늦은 시간이다. 저희 때문에 마감이 늦어지니 죄송해서 한 일"이라고 응수했다. 방송인 타일러나 주현영도 신동엽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신인임에도 방송할 때 한결같이 챙겨줬고, 주현영이 수상을 했을 때도 먼저 단체방에 축하 인사를 남겨주며 누구보다 기뻐했다는 이야기였다.
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어느덧 50대가 된 신동엽은 현재까지 톱의 자리를 지키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짠한형 신동엽'으로 유튜브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그는 여전한 센스와 재치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젊은 세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트렌드를 읽고, 따뜻한 동물농장 아저씨로도 자리매김한 그가 지금의 자리에 있는 건 결코 거저 얻은 것만은 아니다. 철저한 자기 검열과 상대에 대한 배려, 롱런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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