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맥동하는 기회의 공간
3,383개 섬 소멸 위기 직면
최근 6년간 4만 명 사라져
20년 뒤 20개 섬 무인도화
교육시설 없고 의료도 열악
"생활 밀착형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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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3,383개 섬을 가진 세계 4위 도서 국가다. 다도해 전경. 한국섬진흥원 제공
한국일보가 ‘그 섬에 가다’ 시리즈를 통해 찾은 서른 개의 섬에선 육지 만큼이나 분주한 섬 주민들의 삶이 끊임없이 맥동하고 있었다. 한국은 3,383개 섬을 가진 세계 4위 도서 국가다. 3,000개가 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특별함을 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섬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섬이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주민들의 아우성이 단순한 기우는 아니었다.
3일 한국섬진흥원(한섬원)에 따르면 국내 섬 인구는 지난 2016년 83만 명에서 2022년 기준 79만 명으로 6년간 4.7%(4만여 명) 감소했다. 국내 유인섬 9곳이 무인도로 전락하는 등 섬 인구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섬원은 섬 인구 감소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2042년까지 섬 인구는 18.1% 감소해 약 65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총인구 감소율 3.5%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로, 20여 년 뒤 섬 지역 내 70세 이상 인구만 증가하고 70세 미만 모든 연령별 인구는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 등으로 유인섬 20개가 무인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 인프라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섬도 많았다. 한섬원이 지난해 섬을 연구한 결과, 국내 전체 유인섬 가운데 보육·교육시설이 없는 섬이 76.3%에 달했다. 문화·여가시설이 없는 섬은 65.1%, 의료시설이 없는 섬은 62.3%, 복지시설이 없는 섬은 43.3%로 조사됐다.
섬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으며, 문제는 접근성이다. 몇 차례 없는 배편은 궂은 날씨 탓에 끊기기 일쑤였고, 섬 내에선 차량은커녕 대중교통수단조차 드물었다. 국내 464개 유인도 중 섬 내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섬은 373개(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3개 섬에는 여객선·도선조차 다니지 않는다. 그마저도 대중교통이 있는 섬 지역(91개)의 버스 노선당 1일 평균 운행 횟수는 6.6회로, 전국 평균 20.9회보다 14.3회가량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섬을 오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지난 2020년 대중교통법 개정으로 연안여객선이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여객선 운임비는 천차만별로 제각각인 상황이다. 섬 주민들은 항공기보다 비싼 운임료(km당 운임 단가)를 내고 여객선을 이용하고 있는가 하면, 이마저도 잦은 결항으로 불편을 겪고 있었다.
섬 전문가들은 사라져가는 검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섬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동호 한국섬진흥원 원장은 “섬 지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섬 인구정책 범위를 주민등록인구뿐만 아니라 체류하는 ‘생활인구’까지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 섬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개별섬뿐만 아니라 섬 주민의 생활권을 고려, 섬들을 묶어 권역별 개발계획도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객선 공영제 도입, 섬 교통수단 대중화 실현, 항공교통수단 도입 등 섬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섬을 오가는 여객선·도선의 운임비도 버스·지하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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