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동안 불법 구금당한 피해자
국가 배상책임 3억1000만 원 인정
신군부 세력이 자행한 대표적 인권 유린 사례로 꼽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2년 반 동안이나 구금됐던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3억여 원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기는 했지만, 재판이 길게 늘어지고 재판 과정에서 피해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됐다는 한계를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청교육대 피해자 임모(66)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 34-1부(부장 이재영 김경란 권혁중)는 지난해 11월 10일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화해권고결정은 법원이 당사자의 이익을 고려해 직권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이 사건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화해금(국가가 지급하는 금액)은 3억1,000만 원이다.
이 금액엔 임씨의 구금으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그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현재 사망·각각 3,000만 원) 상속분도 포함됐다. 이 결정은 원고(임씨)와 피고(정부) 모두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해 12월 2일 확정됐다. 정부는 화해금 전액을 지급 완료했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 8월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검거된 6만755명 중 약 4만 명을 군부대 안에 구금한 사건이다. 이 안에서 순화교육, 근로봉사 등의 명분으로 가혹행위가 발생했다. 임씨는 1980년 12월 경찰에 불법 구금된 뒤 이듬해 1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다가, 재판도 없이 보호감호결정을 받은 뒤 1983년 6월에서야 출소했다.
법원은 지난해 6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삼청교육대의 위법성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계엄포고는 명백한 위헌·무효"라면서 "계엄의 적용·집행으로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청구권 시효도 소멸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9,000만 원에 그쳐 임씨 측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권고로 화해금이 지급됐지만, 이것으로 임씨와 가족들이 장기간 입은 피해와 상처가 쉽게 치유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 임씨 측은 △판결 없는 보호감호 처분 △가혹행위·강제노역 등 인권침해 △사회적 낙인·사회 부적응 등, 출소 후 이어진 피해 등에 대해 배상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심 재판부가 제시한 화해금은 임씨 측이 청구한 금액인 약 5억5,000만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법원 권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건 임씨의 뜻이었다고 한다. 과거에 입은 피해는 차치하고, 국가를 상대로 한 오랜 소송 탓에 심신이 지쳐 있었다. 임씨가 소송을 제기한 건 2020년 12월. 1심 선고에만 2년 6개월이 걸렸다.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한다면 재판이 또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어, 법원 권고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임씨의 법률 대리인 조영선 변호사는 "피해자는 삼청교육대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폭력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악몽을 꾸고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면서 "청구액이 다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다른 국가폭력 사건과 비교해 법원마저도 여전히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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