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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니 사라진 마을 진입로...알고 보니 탁상행정 소극행정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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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니 사라진 마을 진입로...알고 보니 탁상행정 소극행정 '합작품'

입력
2024.01.03 04:30
수정
2024.01.03 08: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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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가구 거주 세종시 행복마을
진입로 일부 녹지부지와 겹쳐
주민이용 불구 LH '흙담' 쌓아
주민 "도로 막은 땅 매입희망"
행복청, 세종시는 난색 표시만

세종시 장군면 봉안리 행복마을 입구에 도로명 표지판이 떨어져 있다. 그 너머로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흙이 어느 정도 치워진 마을 진입로가 보인다.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LH는 '녹지조성사업부지'라는 이유로 연석으로 경계를 표시하고 그 선에 맞춰 흙을 쌓았다. 정민승 기자

세종시 장군면 봉안리 행복마을 입구에 도로명 표지판이 떨어져 있다. 그 너머로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흙이 어느 정도 치워진 마을 진입로가 보인다.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LH는 '녹지조성사업부지'라는 이유로 연석으로 경계를 표시하고 그 선에 맞춰 흙을 쌓았다. 정민승 기자

세종시 출범 후 정부부처 이전에 맞춰 세종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고모(46)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살고 있는 마을 진입로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었다. 고씨는 “층간소음에서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4년 전 전원주택 생활을 시작했다”며 “어처구니가 없어 시내 아파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일 세종시 봉안리 행복마을 주민들과 국토교통부 산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달 초 LH공사가 굴삭기를 동원해 마을 진입부 도로에 흙을 쌓아 길을 막았다. LH공사는 행복청으로부터 녹지조성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시공사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마을 대책위 관계자는 “이 때문에 아이들 학원 차량, 쓰레기 수거 차량 등이 제대로 진입을 못해 주민 전체가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LH공사, 행복청, 세종시에 하소연해도 돌아온 답은 ‘권한이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얘기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행복청과 LH에 따르면 마을 진입로 중 약 140㎡가 녹지조성사업 면적과 겹친다. 행복청 관계자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마을 도로가 행복도시 녹지조성 사업 대상지를 불법 점유한 데 대해 LH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선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5년 승인된 행복도시 개발계획에 따르면 녹지조성 사업 부지로 돼 있는 만큼, 주민들이 도로로 이용하고 있는 부지에 녹지를 조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래 진입도로는 승용차가 교행할 수 있는 정도의 폭이지만 현재는 막혀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기도 어렵다. 계획대로 녹지가 조성되면 마을 주민들은 경운기 한 대가 다닐 정도로 좁은 마을 남쪽의 농로로 우회해야 한다.

행복마을은 지역 건설업자가 2012년부터 토지 6만1,000㎡를 매입해 144가구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하면서 형성됐다. 현재 40가구가 거주 중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마을 진입부는 세종시가 생기기 전부터 콘크리트로 포장이 돼 있었고 많은 주민이 이용했다”며 “2016년 주택단지 조성 사업 허가 당시 세종시가 ‘그 길이 확장돼 마을로 연결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LH가 막은 그 길에는 마을로 가는 도시가스 배관도 매설돼 있다.

세단 승용차의 경우 차체가 땅에 닿고, 학원차량이 위태롭게 다니는 길이지만 주택단지 허가를 내준 세종시는 딱히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녹지조성 사업이 완료가 안 돼 해당 부지가 세종시로 이관되지 않은 상태라 세종시가 개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지금까지 마을 주민들이 도로로 이용하던 부지(약 140㎡)를 십시일반 매입해 세종시에 기부채납하면, 세종시가 도로를 조성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주민들의 사업부지 매수 계획에 대해, 관계 기관들은 마을 진입부가 사업부지에서 제척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다.

행복마을 대책위 관계자는 “세종시는 시민들이 마을 길이 없어졌는데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하고 있고, LH는 행복청 허가사항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탁상행정이고 소극행정의 표본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굴착기가 세종시 장군면 봉안리 행복마을 입구의 아스콘 바닥을 뜯어내는 모습. 마을 진입로 앞으로는 아스콘 포장 도로가 신도시 조망 산책 데크와 나란히 지난다. 행복마을 대책위 제공

굴착기가 세종시 장군면 봉안리 행복마을 입구의 아스콘 바닥을 뜯어내는 모습. 마을 진입로 앞으로는 아스콘 포장 도로가 신도시 조망 산책 데크와 나란히 지난다. 행복마을 대책위 제공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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