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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냐, 친중이냐"...미중전쟁 최전방 대만 선거 '중도층'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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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냐, 친중이냐"...미중전쟁 최전방 대만 선거 '중도층' 손에 달렸다

입력
2024.01.03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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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리전 양상 대만 총통선거 D-10
독립주의 노선 민진당 라이칭더 '우위'
민진 승리 시 중국 군사 압박 거세질 듯

오는 13일 제16대 대만 총통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지난달 2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국민당 선거 유세에 참가한 지지자들이 대만 국기를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오는 13일 제16대 대만 총통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지난달 2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국민당 선거 유세에 참가한 지지자들이 대만 국기를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양안(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

"민진당이 집권하면 평화는 멀어지고 전쟁은 가까워질 것이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제16대 대만 총통선거(1월 13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러시아의 대선, 인도 총선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2024년 치러질 굵직한 선거 중에서도 대만 선거는 유독 눈길을 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중국의 숙원인 '대만 통일' 시나리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미중관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도는 뚜렷하다. 약 1,900만 명의 대만 유권자가 '친(親)미국 성향 집권 민진당을 택하느냐', '친중국 성향 국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택하느냐'다. 민진당이 차이잉원 현 총통에 이어 정권을 재창출할 경우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반대로 국민당이 정권을 교체한다면 중국은 안도하겠지만 대만해협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대중 견제 수위는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지 속에서 대만 중도층과 청년층 유권자가 이번 선거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라이칭더 '불안한 선두'...중도층 표심 주목

대만 총통선거에 출마한 커원저(왼쪽부터) 민중당 후보,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지난달 20일 신베이에서 열린 첫 TV 정견발표회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대만 총통선거에 출마한 커원저(왼쪽부터) 민중당 후보,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지난달 20일 신베이에서 열린 첫 TV 정견발표회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현재 판세는 민진당 라이칭더·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각각 1, 2위를 달리고 중도 성향 커원저 민중당 후보가 3위를 이어가는 '2강 1약 구도'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 지지율 추이를 꾸준히 발표해온 대만 현지 매체 미려도전자보의 가장 최근 여론조사(지난달 27~29일 실시) 결과, 민진당 라이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39.6%로 국민당 허우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28.5%)에 11.1%포인트를 앞섰다. 민중당 커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18.9%로 3위에 머물렀다.

물론 대만 TVBS방송이 지난달 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라이 후보가 33%의 지지율로 허우 후보(30%)와 겨우 3%포인트 차이의 '불안한 선두'를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론조사 추이를 종합하면, 일단 라이 후보의 신승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변수는 중도층 표심이다. 이미 당선권에서 멀어진 3위 커 후보 지지층이 '사표 방지'를 위해 선거 당일 허우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다. 커 후보가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유세 기간 집권 민진당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온 점, 불발에 그치긴 했지만 이미 지난해 11월 허우·커 후보 간 야권 단일화를 시도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허우 후보가 막판에 커 후보의 표를 흡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라이 후보의 꾸준한 우위에도 불구하고 20%에 육박하는 중도 표심의 '변침' 여부를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이 당선 시 중국 군사 압력 극대화 예상

지난해 4월 미국 해군 미사일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해군 미사일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누가 당선될지에 따라 양안·미중관계는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라이 후보는 "이미 세계는 대만을 보았고, 대만을 받아들였다"(지난달 28일 2차 정견 발표)며 대만의 독립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허우 후보는 "이번 선거는 전쟁과 평화 간의 선택"(지난달 20일 1차 정견 발표)이라고 말했다.

실제 라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의 대만 통일 계획은 더욱 강경 노선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침공 시나리오를 공표했다. 이는 "반중·독립주의 성향의 민진당이 2024년 재집권할 경우를 상정한 경고였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국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불편했던 양안관계는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첨예해질 수 있다. 국민당 정권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동중국해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면, 미국도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우웨 대만 담강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최근 타이베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어느 쪽이 당선되든 양안·미중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안 총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대만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인 만큼 누가 당선되든 중국의 대만 압박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 대만에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가 있다. 국민당 정부가 중국을 향한 반도체 공급망 압박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미중 공급망 경쟁에서 미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 또한 이번 대만 선거의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민진·국민 둘 다 싫다" 청년층 캐스팅보터 부상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왼쪽 두 번째) 총통 후보가 지난달 29일 타이베이에서 선거 운동을 하면서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왼쪽 두 번째) 총통 후보가 지난달 29일 타이베이에서 선거 운동을 하면서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이번 선거에서 라이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허우 후보는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1,500만 대만달러(약 6억3,000만 원) 대출 지원 방안을 각각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모두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터로 부상한 20, 30대 청년층을 겨냥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20, 30대 유권자 비율은 20%를 넘어섰다. 지난 8년간 정권을 이어온 민진당에 대한 회의감과 기득권 이미지가 강한 국민당 사이에서 표심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근 1~2개월 사이 지지율 1, 2위 간 격차가 소수점 이하 박빙에서 10% 이상까지 벌어지는 등 등락이 심했던 이유 역시 부동층 표심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 청년층에선 기득권 세대로 인식되는 국민당보다는 민진당 지지세가 더 크다는 게 현지 언론 분석이다. 20, 30대가 선거 당일 적극적으로 투표소로 향할 경우 국민당보다 민진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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