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어린이병원 '기적의 오디션'
발달장애 소아·청소년 음악 경연
바이올린 연주 김준희, '바람이 분다' 대상
기획사 트레이닝 후 유명 아티스트와 공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어린이병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발달장애 소아·청소년들의 연주와 노래 실력을 겨루는 '기적의 오디션'. 이 병원이 14년 동안 발달장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음악치료 및 교육을 실시해오다, 잠재력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재능을 키우고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모두 12팀이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올해 3월 수백 명의 지원자 중 오디션을 거쳐 음악치료 대상자로 160명이 선정됐고, 감정 표현과 사회성 훈련을 가미한 교육을 6개월여 받은 뒤 예선을 통과한 이들이다.
이날 또 한번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김준희(26)씨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상대방과의 아이 콘택트나 소통, 감정 표현이 잘 안 돼 발달 정도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인 김씨는 바이올린으로 가수 이소라의 명곡 '바람이 분다'를 연주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김씨가 쓸쓸함과 외로움이 담긴 선율을 선사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또 다른 친구들과 협연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심사위원들은 "정말 진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고, (협연은) 교향악단과 다름없다"(작곡가 김형규) "더 큰 무대에 올라가도 될 것 같다"(가수 김재중)고 호평했다. '발달장애'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화려한 기교보다 감정 전달과 사회성 등도 중요 평가요소였다고 한다. 사회자가 소감을 부탁하자 김씨는 "대상 감사합니다"라는 짤막한 한마디만 남기고 수줍은 듯 뒤로 숨었다.
아이들을 지도해온 김명신 예술센터실장은 "준희는 어릴 때부터 음감이 있고 소질이 보여 부모님이 집에서 교육해 오다 음악치료를 9개월가량 받았다"며 "음악에 감정을 불어넣고, 협연을 통해 사회성도 많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대상을 수상한 김씨는 더 큰 무대에 오를 기회도 얻었다. 연예기획사에서 6개월간 무료로 트레이닝을 받은 뒤 유명 아티스트와 공식 공연에 설 수 있게 됐다. 어린이병원 측은 "공개 오디션 형식의 공연은 처음이었다"며 "앞으로도 훌륭한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 뮤지션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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