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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바르는 충치 치료제 개발' 치과 치료의 혁신 일으킨 장일호 스템덴 대표

입력
2024.01.03 05:00
수정
2024.01.04 10:3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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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연고제'로 치아 속 상아질 저절로 재생
"임플란트 대신 자연치아 오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

지금까지 치과에서 충치를 치료하는 방법은 신경치료로 치아 내 조직을 긁어내고 보철물을 씌우거나 심하면 치아를 뽑고 인공 치아를 대신 심는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고 비용이 많이 들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의사나 환자 모두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런데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치아를 뽑아야 할 정도로 충치가 심하지 않으면 신경치료 대신 약을 발라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을 개발했다. 주인공은 2021년 장일호(51) 대표가 설립한 치과용 신약개발 스타트업 스템덴이다.

이 업체가 개발한 신약은 놀랍게도 손상된 치아 내 세포 조직을 다시 자라게 만들어 신경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이 치과 질환을 앓고 있다. 이들에게 복음이 될 만한 장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장일호 스템덴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충치로 손상된 치아 속 상아질을 재생하는 신약 '피넛1'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피넛1을 손상된 치아에 바르면 상아질을 재생한다. 김예원 인턴기자

장일호 스템덴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충치로 손상된 치아 속 상아질을 재생하는 신약 '피넛1'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피넛1을 손상된 치아에 바르면 상아질을 재생한다. 김예원 인턴기자


줄기세포에서 시작된 신약 발견

시작은 한 편의 논문이었다. 2016년 스템덴 공동창업자 서은진 이사가 부산대 의대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줄기세포의 약물 반응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룬 이 논문을 미국 테네시대학 의과학센터의 개보 티기 교수가 주목했다. 마침 같은 연구를 하던 티기 교수는 동양에서 먼저 발표된 이 논문에 깜짝 놀라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이때 부산대 치의대 연구조직인 구강 생화학교실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던 장 대표가 티기 교수를 만났다. 이를 계기로 장 대표, 서 이사와 티기 교수는 2017년부터 원격으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티기 교수가 전달한 물질 가운데 특정 성분이 치아의 줄기세포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치아 줄기세포를 성장시켜 치아 속 상아질이 저절로 자라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이었어요. 우리는 이를 컴파운드P라고 이름 지었죠."

손상된 치아를 되살리다

컴파운드P는 손상된 치아 내 조직을 재생하는 놀라운 물질이다. 즉 충치로 손상된 치아 속 상아질을 되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경 치료로 치아 속 조직을 긁어내지 않고 상아질을 회복시켜 치아를 다시 살릴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창업한 이들은 2021년 컴파운드P를 이용한 '피넛1'을 개발했다. "사람의 뼈에 골수가 있듯이 치아에 치수가 있어요. 피넛1은 바로 치수에 들어 있는 치수 줄기세포의 성장을 도와요."

치아의 골수 조직인 치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수는 내부에서 손상되는 상아질을 계속 재생한다. "세균이 침투하거나 외부 충격을 받으면 치아 내 상아질이 손상돼요. 그러면 치수가 상아질을 새로 만들어 보강하죠. 즉 치수에 들어 있는 치수 줄기세포가 상아질 모세포로 분화해 상아질을 만들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치수가 줄어들며 상아질 보강 능력이 떨어져요. 그러면 치아가 약해지며 쉽게 손상되죠."

피넛1은 치수 줄기세포의 성장을 도와 상아질을 만든다. 마치 나무가 자라듯 상아질이 스스로 형성돼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것이다. "치아가 건강해야 땅콩도 씹을 수 있다는 의미로 신약 이름을 지었죠."

장 대표는 피넛1을 개발하자마자 국내외 특허를 신청했다. "국내 특허는 완료했고 미국 특허는 심사 중입니다. 미국은 심사가 많이 밀려서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올해 특허가 나올 것으로 봐요."

스템덴이 개발한 피넛1의 원리를 보여주는 이미지. 콜라겐 스펀지에 피넛1을 묻혀서 손상된 충치에 넣으면 상아질이 재생된다. 스템덴 제공

스템덴이 개발한 피넛1의 원리를 보여주는 이미지. 콜라겐 스펀지에 피넛1을 묻혀서 손상된 충치에 넣으면 상아질이 재생된다. 스템덴 제공


치아에 바르는 연고 개발

피넛1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손상된 치아의 구멍에 피넛1 물질을 바른 콜라겐 스펀지를 집어 넣는다. "콜라겐 성분으로 만든 스펀지는 두 달이면 녹아서 사라져요. 이렇게 피넛1을 넣어주면 일주일 안에 치수 줄기세포가 상아질 모세포로 변해요. 따라서 3개월 정도 약물이 작용하면서 상아질이 형성되죠."

치아의 뿌리처럼 좁은 부분은 스펀지 대신 젤과 액상 형태의 피넛1을 주사기로 집어넣는다. "콜라겐을 녹이면 젤라틴이 돼요. 여기에 컴파운드P를 섞어 젤 형태로 만들죠. 액상은 생리식염수에 컴파운드P를 섞어요."

그래서 장 대표는 피넛1을 상처 치료용 연고에 비유했다. "'후시딘'이나 '마데카솔'처럼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생각하면 돼요. 치아에 바르는 연고인 셈이죠."

현재 피넛1은 동물 실험까지 마쳤다. "실험용 돼지 미니 피그를 이용해 피넛1으로 상아질을 재생하는 실험에 성공했어요. 이를 통해 유효성이 높으면서 독성이 없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죠."

장 대표는 다음 단계로 인체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인체 임상 시험을 하려면 정부 공인기관에서 독성과 안전성 실험을 거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올해 상반기 이 실험을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시험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2025년에 인체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죠."

상용화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2028년 가능할 전망이다. "2년의 임상 시험과 1년의 허가 기간을 거치면 2028년 상용화가 가능하죠."

치아를 죽이는 치료를 대체

피넛1이 기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치아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장 대표에 따르면 신경 치료는 치아를 죽이는 과정의 시작이다. "충치를 신경치료하면서 치수를 긁어내 상아질 재생을 하지 못하게 만들죠. 즉 치아를 죽이고 껍데기만 놔두는 셈이에요. 그러면 나중에 치아의 뿌리가 약해지면서 인대 조직과 결속력이 떨어져 치주염으로 진행돼요. 결국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죠."

따라서 치수 줄기세포를 살려 상아질을 재생하게 만들면 그만큼 자연치를 오래 보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피넛1은 치아를 살리는 신약입니다."

치과 의사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넓어진다. 특히 의사의 실수로 치수가 손상돼도 해결이 가능하다. "치아를 깎다가 치수가 노출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의사들은 통증의 원인인 치수를 제거하겠냐고 환자에게 묻죠. 환자가 동의하면 치수를 제거해요. 사실 의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런데 피넛1을 사용하면 치수가 노출돼도 반창고 붙이듯 치수를 보존하며 다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의사들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치료가 가능해요."

다만 모든 충치 치료에 피넛1을 적용할 수는 없다. 치아의 단단한 표면인 법랑질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또 환자의 고통이 심하면 줄기세포가 자라는 동안 기다리기 힘들 수 있다. "염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 충치 치료에 적용 가능한 방법이죠. 어떤 치료 방법을 써야 할지 치과 의사가 판단해야죠."

세계 최초로 바르는 충치 치료제인 피넛1을 개발한 장일호 스템덴 대표는 치과 분야의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김예원 인턴기자

세계 최초로 바르는 충치 치료제인 피넛1을 개발한 장일호 스템덴 대표는 치과 분야의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김예원 인턴기자


"임플란트 하지 않아도 돼"

궁극적으로 장 대표는 임플란트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경치료를 하면 평균 10년 뒤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게 돼요. 이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신경치료부터 임플란트까지 연간 44만7,790원이 들죠. 이 돈을 들이고 치아를 점점 죽이는 셈이죠."

그렇다 보니 임플란트 업체들은 싫어할 수 있다. "임플란트를 하지 않고 평생 자신의 치아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죠. 임플란트를 하면 질긴 고기 등을 잘 먹지 못하게 돼요. 음식에 제한이 생기면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죠. 자연치 보존은 곧 수명과 연결됩니다."

피넛1의 비용은 아직 미정이다. "시장 조사 후 가격을 정해야죠.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할 수 있어야 해요. 이를 감안하면 국내 가격은 대략 45만 원을 생각 중입니다."

장 대표가 겨냥하는 것은 20조 원이 넘는 세계 시장이다. "임플란트 등 전 세계 치과 재료 시장이 24조 원 규모입니다. 시린 치아 시장은 80조 원 규모죠.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대만, 중국, 일본, 독일 등을 공략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3대 치과 시장이 미국 일본 독일입니다. 대만도 치과가 밤 10시까지 운영할 정도로 잘되죠."

이를 위해 장 대표는 2022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미국 법인이 부산에 위치한 한국 법인을 인수했다. "미국 법인에 티기 교수도 주주로 참여했어요. 이제 모회사가 미국 회사이고 한국 회사가 자회사가 됐어요. 미국 회사가 모회사면 세계 어디서나 투자받을 수 있어요. 다만 세금 문제 등 규제 때문에 국내 펀드는 미국 법인에 투자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투자받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어요."

현재 직원은 9명이다. 이들은 모두 국내외에서 생명공학 등을 연구한 석박사급 전문인력들이다. "1월에 추가로 전문 연구인력을 또 채용합니다."

치과 치료에 혁신 일으키는 세계적 제약회사 목표

장 대표는 포항공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뒤 2003년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 가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세포발달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6년 부산대 치의대 교수를 맡으며 치과 치료에 관심을 가졌다.

앞으로 장 대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두개골 재생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중이염 수술 후 골 결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 해당 부분의 뼈를 줄기세포로 재생하는 기술을 이비인후과 교수들과 개발하고 있어요."

또 치주 인대 재생을 위한 기술도 연구 중이다. "전북대 치의대 교수들과 치주염 시술에 필요한 치주 인대 재생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죠."

그의 꿈은 치과 치료의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직 치과 분야의 신약을 연구하는 제약회사가 없어요. 전 세계적인 치과 제약회사가 돼서 치과 치료의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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