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9명 전인대 대표자격 박탈 등 숙청 바람
핵 억제 핵심 '로켓군' 창설 8년 만에 취약성
중국군 현대화 작업의 핵심 요소인 '로켓군'을 겨눈 숙청 바람이 2023년 연말까지도 거세게 불었다. 일부에만 국한될 것으로 여겨진 부패 스캔들이 로켓군 지휘부 전체와 군수업계로도 확산한 것이다. 2027년까지 중국군 현대화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전날 "장전중, 장위린, 라오원민, 쥐신춘, 딩라이항, 뤼훙, 리위차오, 리촨광, 저우야닝 등 군 고위 인사 9명을 관련 규정에 따라 전인대 대표직에서 파면한다"고 밝혔다.
로켓군 수뇌부·군수업계까지... 부패 스캔들 확산
파면된 인사에는 로켓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 대거 포함됐다. 부사령관 출신인 장전중은 물론, 리위차오 저우야닝 리촨광 등은 모두 로켓군에서 고위직을 지냈다. 장위린 라오원민 쥐신춘은 로켓군 장비 조달을 맡은 장비발전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파면 결정이 로켓군 부패 스캔들과 무관치 않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로켓군의 부패가 처음 알려진 건 지난 7월 우궈화 전 로켓군 사령관의 사망 때다. 중화권 언론은 당국에 의해 군수 비리 혐의가 포착된 그의 자살설을 제기했고, 비슷한 시기에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관과 쉬중보 전 로켓군 정치위원이 나란히 경질됐다.
곧이어 리상푸 당시 국방부장도 10월 해임됐다. 올해 3월 임명된 지 7개월 만이었는데, 리 전 부장은 군사 장비 조달 총괄 격인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 출신이다. 또 이달 27일에는 우옌성 중국항천과기그룹 회장 등 군수 산업계 거물 3명이 중국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직에서 낙마했다. 공식 확인된 바는 없지만, 로켓군 부패 스캔들 연루가 낙마 사유일 것이라는 게 중화권 언론들의 공통된 추정이다.
"시진핑 강군, 자신감 약화할 것"
로이터통신은 "중국군 현대화를 목표로 장비 개발·구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시 주석이 좌절을 맛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맞는 2027년 '군 현대화 달성'에 이어 2050년 '세계 최강 군대'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특히 '핵 반격 능력 보유·강화'를 목표로 2015년 창설된 로켓군은 중국군 현대화 프로젝트의 상징이자, 대(對)미국 핵억제력 확보의 핵심 군대로 여겨졌다. 그런데 창설된 지 불과 8년 만에 부패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윈쑨 중국 국장은 "로켓군 안팎의 혼란 진정,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중국은 (군사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머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다오인 전 상하이 정법대 교수도 로이터에 "장군들이 제 주머니 챙기기에 바쁘면, 어떻게 전투 의지를 갖겠느냐"며 "이번 스캔들은 시 주석의 자신감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전인대는 같은 날 리상푸 전 부장 해임과 함께 2개월간 공석이었던 국방부장에 둥쥔 전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원(참모총장 격)을 임명했다. 동해함대 부사령관, 남부전구 부사령관 등을 지낸 인물로, 중국군에서 해군 출신 국방부장이 탄생한 건 사상 처음이다. '대만해협'에서의 작전 능력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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